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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낭만과 추억이 넘실~ 특급 서비스에 덩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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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관광개발의 해랑은 안이 호텔처럼 꾸며진 관광열차다. 해랑에서 잠을 자며 전국을 돌아본다. 사진은 동해역 인근을 시원하게 달리고 있는 해랑 열차.

전국일주는 늘 설렌다. 지역마다 여행의 재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 전국일주는 버겁다. 혼자 운전하는 것도 힘들고, 대중교통 갈아타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찾아보는 게 여행사 패키지 상품이다.

울산 현대중공업을 찾은 하나투어의 내나라여행팀.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인 전국일주 상품 두 개가 있다. 하나가 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의 ‘내나라여행’ 상품이고, 다른 하나가 코레일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의 ‘해랑’이다. 내나라여행은 전용버스를 타고, 해랑은 기차를 타고 전국을 일주한다. 사실 해랑은 여행상품 이름이 아니다. 관광열차 이름이다. 열차에서 잠을 잘 수 있는 관광열차는 국내에 해랑밖에 없다.

두 상품의 공통점 중에는 ‘고품격’ ‘럭셔리’ 같은 수식어도 있다. 두 상품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여행을 보장한다. 지역에서 가장 좋은 음식을 먹고, 최고의 서비스를 선보인다. 쇼핑 강요 같은 건 없다. 대신 두 상품은 비싸다. 해랑의 아우라(2박3일)가 2인 244만원(디럭스룸 기준)이고, 내나라여행의 동부권 일주(3박4일)는 1인 65만원이다.

대표적인 전국일주 여행상품 두 개를 비교·분석한다. 굳이 두 상품을 이용하지 않아도 좋다. 두 상품이 찾아가는 관광지와 지역 별미만 알아도 훌륭한 여행정보가 될 수 있다.

내나라여행 동부권 코스 중 하나. 강원도 평창 월정사에 들른 여행객이 가이드로부터 국보 48호인 8각9층 석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해랑·내나라여행 비교체험해 보니

week&이 체험한 전국일주 상품은 다음과 같다. 해랑은 지난 4일 서울을 출발해 순천~통영~부산~정동진~제천을 둘러본 아우라 2박3일 코스를 체험했고, 내나라여행은 지난 3일 서울을 출발해 진주~부산~경주~안동~평창~속초를 돌아다닌 동부권 일주 3박4일 상품을 체험했다. 두 상품 모두 장점과 단점이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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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두 여행상품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내나라여행은 버스를 타고, 해랑은 기차를 타고 전국을 일주한다. 내나라여행이 이용하는 버스는 36인승이다. 그러나 예약은 28명만 받는다. 맨 앞자리와 뒷자리는 일부러 비워 놓는다. 처음에는 우등버스를 이용했다. 우등버스는 한쪽이 좌석 한 개만 있는데 이쪽에 앉게 된 금슬 좋은 어른신이 “왜 우리 부부를 이산가족 만드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그래서 45인승 일반버스의 좌석을 떼어내 좌석 앞뒤 간격을 넓혔다.

해랑은 호텔식 관광열차를 탄다. 관광열차로 생산된 게 아니라 무궁화호 열차를 개조했다. 객차가 침대칸으로 꾸며져 있다. 카페칸과 이벤트칸에 노래방기기·태블릿PC 등이 있고, 음악공연·퀴즈 등 이벤트를 수시로 벌여 무료할 틈이 없다. 무선 인터넷도 잡힌다. 관광지를 들어갈 땐 버스로 갈아타는데, 최근 4년 안에 출고된 버스만 이용한다.

숙박

내나라여행이 가장 앞세우는 장점이다. 부산 웨스틴 조선, 힐튼 남해 골프 앤 스파 리조트 등 특1급 호텔 숙박이 원칙이다. 특1급 호텔이 없으면, 그 도시에서 가장 좋은 숙소를 이용한다. 동부권 일주의 경우, 부산 노보텔, 대구 노보텔, 평창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묵었다. 이천훈(76)씨는 “개인이 예약하면 최소 15만원 이상 줘야 하는 호텔”이라며 “잠자리가 좋아서 내나라여행을 3번째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랑은 열차 안에서 잠을 잔다. 객차 안에 침대가 있다. 객차 면적은 7~10㎡이지만, 호텔처럼 침대·소파·화장실 등을 갖췄다. 온수시설 외에 샤워기·비데도 있다. 낮에는 관광지를 둘러보고 밤에는 먼 거리를 이동해 이동시간을 줄인다. 전날 저녁 부산에서 출발해 이튿날 아침 열차 창문 커텐을 여니 정동진 바다가 펼쳐지는 식이다. 열차가 흔들려 잠자리가 불편하다는 불만도 있다.

해랑 아우라(전국권)팀이 승무원의 안내를 받으며 전남 순천 낙안읍성을 둘러보고 있다.

여행 코스

내나라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다. 전주 한옥마을, 경주 불국사 등 뻔한 관광지를 돌아다닌다. 국악공연 관람, 스파, 한지 공예 등 체험 활동도 있지만 부족해 보였다. 상품마다 여행 코스가 고정돼 있다.

이번 동부권 일주에서는 의외로 현대중공업 버스 투어가 반응이 좋았다. 개인 투어가 불가능한 곳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지켜보며 옛 추억에 잠기는 어르신이 많았다. 조원근(83)씨는 “30대 중반에 여기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땐 천막 치고 공사를 했다”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해랑도 전국의 관광 명소를 돌아본다. 해랑은 계절에 따라 여행 코스를 새로 짠다. 이번 전국일주 아우라 여정은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동일하게 운영된다. 봄이 되면 달라진다. 열차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탄 뒤 여행을 한다지만, 철도편이 잘 된 도시를 주로 방문하는 편이다.

이번 아우라 상품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은 요트 체험이었다. 해운대 앞바다를 1시간 가량 항해하며 야경을 감상했다. 어른 기준 1인 11만원짜리 상품이었다. 1인 4만8000원짜리 리솜포레스트 스파 프로그램도 여정 막바지 여독을 풀어줘 만족도가 높았다.

1 내나라여행팀이 묵는 강원도 평창의 인터콘티넨탈호텔 객실 내부 모습. 2 내나라여행객들이 이용하는 전용버스는 4열이지만 앞뒤 좌석 간격이 넓어 편안하다. 3 해랑이 제공하는 순천 꼬막정식과 내나라여행객들이 먹는 대구의 보양식 해신탕. 4 해랑 스위트룸 내부 모습. 침대에서 잠을 자거나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5 해랑 이벤트칸에서는 승무원의 음악 공연, 퀴즈쇼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됐다. 6 해랑 아우라 코스의 부산 해운대 요트 체험프로그램.

음식

해랑과 내나라여행 모두 지역 별미를 먹는다. 내나라여행은 최소 1인당 2만원 이상 메뉴만 올린다. 동부권 상품 이틀째 저녁을 대구 ‘감나무집’에서 먹었는데 해신탕이 나왔다. 가격은 4인 한 상에 9만원(대). 백민호(40) 사장은 “인삼·당귀 등 12가지 한약재를 달여 육수를 내고 문어·전복 등 해산물은 생물만 사용한다”며 “2008년 개업했지만 대구에서는 유명한 집”이라고 자랑했다. “양이 너무 많아 과식했다”는 할머니 손님이 더러 있었다. 조일상 하나투어 과장은 “이용객으로부터 설문 조사를 받아 서비스와 식사 질이 문제가 되면 식당을 바꾼다”고 강조했다.

해랑에서는 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 승무원 고희영(29)씨는 “2~3㎏ 정도 살이 찌더라도 원망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달고 산다. 기상 시간부터 자정까지 운영되는 열차 카페칸에선 3만원 상당의 칠레산 와인을 비롯해 케익·과일·커피 등 온갖 먹거리가 공짜다. 해랑은 식당을 정할 때 단체 손님이라고 해서 가격을 깎지 않는다. 대신 메뉴를 한두 개 더 상에 올리는 조건을 단다. 전남 순천 ‘들마루’ 식당에서 꼬막정식을 먹었는데, 1만원짜리 짱뚱어탕과 메뉴판에도 없는 낙지호롱구이가 추가로 나왔다. 모든 식당에서 맥주·소주·콜라·사이다가 무료다. 해랑도 반응이 안 좋으면 식당을 바로 교체한다.

장점과 단점

내나라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잠자리다. 상품도 여정에 따라 12개가 있어 선택 폭이 넓다. 대구·부산 등 지방 출발 상품도 있다. 2011년부터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상품도 판매 중이다.

반면 혼자 여행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식사가 불편하다. 4인 한 상 기준으로 나오는데 다른 일행에 끼여서 눈칫밥을 먹을 수도 있다. 최소한 짝을 맞춰 가는 게 좋다.

해랑의 장점은 서비스다. 승무원 6명이 24시간 승객을 보살핀다. ‘모신다’고 할 만큼 친절하다. 식음료가 무한 제공되고, 승무원이 음악공연을 하기도 한다. 해랑 상품은 모두 3개다. 계절마다 여정이 바뀐다. 잠자리가 불편한 건 아쉽다. 호텔처럼 꾸몄다고 하지만 좁고, 시끄럽다. 하나 이것도 기차여행의 낭만이라고 여기면 그만이다.

글=이석희·백종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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