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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명 열 한국형 디자인 클러스트 구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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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샘 디자인총괄 권영결 사장은 “한샘은 서구 기준에서 벗어난 한국형 디자인을 개발해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기업과 국가의 성장동력이 되줄 한국형 디자인 문화를 창조하겠습니다.”

 올해 2월부터 한샘의 디자인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권영걸(63) 사장의 말이다. 권 사장은 30년 넘게 대학에서 디자인을 강의하다 올 초 홈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의 디자인최고책임자(CDO)로 자리를 옮겼다. 강단에서 내려온 지 8개월만인 요즘 그는 다시 강연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한샘이 세운 ‘신문명디자인대학’에서 22일과 29일 ‘새로운 시대를 창조하는 디자인 혁명’이란 주제의 강연회를 한다. 무료로 진행되는 이 강연회에는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디자인 전공 학생 등 200여 명이 참석한다.

 서울 원서동 한샘디자인센터에서 권 사장과 19일 만나 개강을 앞둔 신문명디자인대학과 한샘 디자인의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권 사장은 “서구 중심의 미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국적인 디자인의 미래를 개척할 때가 됐다”고 말문을 뗐다. 그는 이어 “신문명디자인대학의 이번 강의도 디자인 전문가·기업·학생 등이 함께 모여 세계 트렌드를 선도할 혁신적이고 한국적인 미래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새로운 시대를 열 한국형 미래 디자인 개발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네가지를 꼽았다. 동서양 가치의 융합, 지속 불가능성의 극복, 디지털 문화혁명, 중국의 격변과 도시화 등이다. 그동안 서구 국가가 중심이 돼 진행된 산업사회는 자원고갈과 환경파괴라는 문제점을 낳았다는 게 권사장의 생각이다. 따라서 인류가 갈망하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동서양을 아우르며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을 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신문명을 열기 위해서는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 혁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문명디자인대학은 새로운 문명시대를 이끌 수 있는 디자인 개발의 산실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디자이너·대학·기업 등을 참여시켜 신문명을 열 한국형 디자인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신문명디자인대학은 한샘의 디자인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한샘은 기업의 성장동력을 디자인에서 찾고, 디자인 역량을 높여 기업 성장은 물론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일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샘이 200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설 디자인센터를 세우며 ‘동서양을 넘어서는 디자인’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도 이같은 의지에서다.

 권 사장은 “한샘은 내부적으로도 우리 문화에 맞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디자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우리 생활에 적합한 디자인이 사실은 가장 좋은 한국형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아파트 거실을 사례로 들었다. 어느 집을 가도 아파트 평형에 따라 크기나 종류만 다를뿐 TV를 중심으로 가구가 똑같이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권 사장은 “누가 사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할 공간이 획일적이라는 건 우리가 그 공간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이렇게 틀에 박힌 공간서 살아서는 삶의 질도 향상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한국형 거실은 그 때 그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야 살아있는 공간이 된다”고도 했다. 그래서 한샘은 우리네 공간(집)을 가족 구성원끼리 소통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가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디자인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아파트를 메꾸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화목한 가정을 채우는 디자인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권 사장은 “품질이 낮고 지나친 기능 위주의 가구는 삶의 질을 되레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가정에서 손때묻은 가구 하나가 때로는 가족간의 추억과 정의 상징물이 되기도 한다”며 “한샘가구는 누구나 편안하고 오랫동안 소장하고 싶은 디자인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장정훈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권영걸 한샘 디자인 부문 총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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