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리스로 간 박찬호 … 보치 감독 큰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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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마디로 시원섭섭하다. 어쨌든 트레이드는 결정된 것이고, 이제 (파드리스로) 가서 더 잘하는 일만 남았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2)가 투수들의 천국 내셔널리그로 돌아왔다. 지난달 30일 트레이드돼 텍사스 레인저스(아메리칸리그)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내셔널리그)로 옮긴 박찬호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 너무나 전격적으로 트레이드가 이뤄져 충격을 주긴 했지만 박찬호에겐 잘된 일이다.

◆ 전화위복=파드리스는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레인저스는 포스트시즌 탈락이 거의 확실하지만 파드리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다. 따라서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등판도 가능하다.

박찬호가 LA 다저스 시절 맹활약했던 것처럼 내셔널리그는 투수 위주의 리그다. 아메리칸리그와 달리 지명타자 제도가 없어 투수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더구나 파드리스의 홈구장 페코파크(4만2000명 수용)는 외야가 아주 넓어 홈런이 적게 나온다. 특히 우중간 펜스(125m)가 좌중간(122m)보다 멀어 좌타자에게 약한 박찬호에게 유리하다. 또 캘리포니아에는 많은 한인 동포가 살고 있어 텍사스에서 외로움을 탔던 박찬호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도 있다.

◆ 전망=파드리스는 31일 현재 51승53패로 서부지구 선두를 지키고는 있지만 최근 12경기에서 1승11패의 부진에 빠져 있다. 부르스 보치 감독은 "우리를 상대로 던진 것처럼만 던져주기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보치 감독은 다저스 시절의 박찬호를 되돌아보며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피칭"이라고 강조했다. 박찬호는 파드리스전에서 21경기에 등판해 7승6패, 평균자책점(방어율) 3.81을 기록했다.

박찬호는 "내셔널리그에서 뛰어봤지만 그동안 타자들이 많이 바뀌었고, 준비할 시간도 없어서 걱정이 되긴 한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2일 상견례를 하고, 4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에 등판하게 된다.

서부지구에는 최희섭(LA 다저스)과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이 소속돼 있어 한국인 선수 간 투타 대결 및 선발 맞대결 장면을 볼 수 있게 됐다.

◆ 트레이드 배경=최근 선발투수진이 부진한 파드리스는 올 시즌 타율 0.256, 홈런 9개에 그치고 있는 1루수 필 네빈(34)을 내보내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선발투수 시드니 폰슨을 영입하려 했다. 그러나 네빈이 거부하자 박찬호 카드를 제시했고, 박찬호와 네빈이 모두 받아들였다. 박찬호의 내년 연봉은 1500만 달러, 네빈은 850만 달러다. 미국의 AP통신은 레인저스가 650만 달러를 파드리스에 지급한 것으로 보도했다.

성백유 기자

*** 파드리스 어떤 팀

파드리스는 1969년 창단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LA 다저스에 이어 서부 지구에서 셋째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에서 가톨릭 성당이 처음 세워진 곳인 샌디에이고를 연고지로 하고 있어 '신부(神父)'를 뜻하는 파드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내셔널리그 우승 두 차례(84, 98년), 지구 우승을 세 차례(84, 96, 98년) 차지했지만 월드시리즈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98년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 4전패로 물러난 이후 2002년과 2003년에는 연속 지구 꼴찌로 내려앉았다.

올해는 31일까지 지구 1위를 달리며 7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투수 로테이션이 붕괴돼 2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1게임 차로 쫓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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