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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역사의 기점부터 낮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최근 물의를 빚고있는 일본 검정교과서의 한국관계내용의 왜곡기술은 일본의 역사학계에서도 우려, 일본의 역사교육이 「지배자적 관념을 육성」시키고 한국인에 대한 우월감과 멸시감을 키워 일본인의 사상을 타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또한 단지 일제시대만이 아닌 한국의 전 역사에 걸쳐 자행되고 있는 일본교과서의 사실 왜곡실상은 어떤가. 최근 한국학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살펴본다.

<역사의 기점문제>
일본의 모든 교과서는 우리 역사의 기점을 낮추고 있다. 즉 우리역사의 시작을 한무제의 동정과 막사군의 설치로부터 기술하고 있다. 그들은 고조선과 제부족국가의 존재를 말살함으로써 우리역사의 유구한 전통을 무시하고, 한민족의 역사가 중국민족의 식민지로부터 개막됐다는 그릇된 인식을 주어 자주적 역사전개에 결정적 손상을 끼치고있다.

<임나일본부문제>
임나일본부문제는 농도의 차이는 있으나 거의 모든 교과서에 기록돼 있다. 정상광정 등 9명이 쓴 「표준일본사」(79년간)에는 「4세기 후반이 되자 대화조경은 앞선 생산기술과 철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조선우도에 진출, 우도남단을 그 세력하에 두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학계에선 「삼국일본분국세」 「천나봉마세」같이 한족세력이 일본열도에 진출, 소왕국을 형성했다는 학설까지도 나오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문화의 전래>
일본에 벼농사와 철기를 전한 것은「한국남부에서 이주한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술한 것은 단 한권(삼성당의「일본사B」)뿐이며 대다수의 교과서는 청동기와 철기가 「한반도를 거쳐」전해진 중국의 것이라고 적어,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한 사실에 대해선 숨기고 있다.

<통일신라와 발해>
일본교과서에서 신라의 삼국통일이나 신라문화의 발달에 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다만 통일전쟁 와중에 있었던 백촌강의 전투에 관해 기록하고 있다.
고구려 멸망 후 2백여년간 만주를 지배한 발해에 대해선 그것이 퉁구스계의 국가라고 규정, 신라와 대립하기 위해 일본에 사신을 파견해왔다는 기록을 극소수 교과서가 보일 뿐 전혀 외면하고있다.

<고려와 선초>
대부분의 교과서가 14세기 후반 왜구의 한국 및 중국 침탈을 크게 다루어, 왜구의 활약이 마치 고려멸망 원인의 하나인 것처럼 왜곡 기술하고 있다.
다만 일부가 조선초기에 조선이 왜구의 근거지인 대마도를 공격, 이를 진압시킨 사실과 그 후 양국 간의 외교·무역이 긴밀해진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한론>
정한론이 단순히 조선 측의 개항거부로 나왔다는 역사서술은 정한론이 일본이 구미열강과의 불평등조약에서 상실한 것을 아시아국가에서 얻으려는 정치적 심정과 불평사족의 반정부적 기풍을 국외로 도출, 발산시키려는 교묘한 정치적 의도를 호도하려는 것이다. 아직도 일부교과서에서 안이한 정한론이 대서특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일합방>
조선개국의 발단이된 운양호사건에서, 그 배가 강화해역에 나타난 목적을 흐려놓고 「강화도에 나타난 일본해군에 대한 포격」사건이니 「땔감과 물을 구하려 접근하여 강화도 수비병과 충돌했다」는 식의 설명은 강화조약 체결이란 일본군부의 치밀한 사전계획을 은폐하고있다.
또한 한일합방에 대해 대부분의 교과서는 「한국인 안중근」이 「하얼삔」에서 이등박문을 암살한 것을 계기로 합방준비가 서둘러졌다고 기술, 합방의 원인이 마치 이등박문의 암살에 있는 듯 호도하여 책임을 한국의 자업자득으로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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