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상:배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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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헨리·무어」는 언제나 자연의 의지와 자연을 통한 자신의 의지를 조화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를 통해 조형으로 드러내어지는 자연물은 그의 순수의지가 담긴 또 하나의 자연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순수의지가 담긴 그 자연은, 감상자들로 하여금 조형의지를 통한 새로운 자연의 생명감을 맛보게 한다.
그의 조형은 나무에서, 바위에서, 짐승의 뼈에서, 또는 바닷가 한 조각의 조개껍질에서, 그리고 영원한 소재인 인체에서 모티브를 찾아내고 있다. 모든 자연물이 그의 조형을 위한 대상인 셈이다. 특히 그가 즐겨 다루는 모티브는 인체를 통한 휴매니티다. 그의 휴매니티는 절대자의 실체인 자연에 순응함으로써 겸손하게 하나의 조형에 흘러 들어가 감상자들의 내면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와상도 여느 와상과 마찬가지로「무어」특유의 포름으로 매스 (mass) 를 이루고 있지만, 더욱 그로테스크하게 처리한 것이 특이하다. 마치 하나의 바위덩이처럼, 또는 무작위로 빚어놓은 흙덩이처럼 담담하게 인체가 처리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주고 있는 감동은 더욱 자연스럽게 인체를 통한「무어」의 의지가 전달되어진다.
그의 이런 작품을 감상하면서 무위자연 속에서 노니는 장자가 생각키우는 것은 웬일일까.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의 본질추구는 한곳에서 만나게 돼있음을 아마 실감하고 있기 때문일 게다.
분명「무어」는 자연에 가장 겸손하게, 그리고 가장 본질적으로 접근하고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강대철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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