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고인에 출석 통보도 안하고 피해자에게 "피고인은 어디 있나" 황당 질문

중앙일보

입력

 
법원이 피고인에게 법정 출석 사실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아 재판을 시작하자마자 연기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19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지난 18일 형사2단독 신형철 판사 심리로 열린 정모(66)씨의 재판이 시작되자 신 판사는 피고인 정 씨를 호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불러도 정씨는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연히 출석했어야 할 피고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당황한 법원 측은 출석한 이 사건의 피해자 박모씨에게 피고인 정씨의 소재를 수차례 묻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대해 피해자 박씨가 법원에 항의했다.
어쩌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을까.

정씨는 지난해 4월부터 두 달간 10차례에 걸쳐 피해자 박씨로부터 5800만 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그러나 정씨는 도주했고, 법원은 정씨의 체포영장을 발부해 놓고 재판을 미뤄둔 상태였다.
이후 정씨는 불법 오락실을 운영한 혐의로 다른 관할 지역의 수사기관에 붙잡혔고, 이 사건을 관할한 서울중앙지법은 정씨를 구치소에 수감했다. 중앙지법은 정씨 구속 수감 사실을 서부지법에도 알렸고, 서부지법은 '관할지정신청'을 했다.이에 따라 정씨의 두 사건이 하나로 합쳐져 서부지법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법원 직원이 출석통지서를 피고인 정씨가 있는 구치소가 아닌 정씨의 집으로 보내면서 일이 꼬였다.구치소에 있던 정씨는 당연히 출석통지서가 자신한테 온 사실도 모르고 있었고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부지법 관계자는 “정씨 사건의 관할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법원 직원의 실수가 있던 게 맞다”며 “출석통지서가 전달이 안 된 사정을 피해자 박씨에게 설명하고 공판기일을 다시 잡았다”고 해명했다.

피해자 박씨는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재판을 하는 마당에 과연 피해자들이 어렵게 준비한 수백 장의 증거 서류들을 법원이 제대로 읽어보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서준 기자 be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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