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 3억 빼내 지인들에게 명품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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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공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한 국민체육진흥공단(체육공단) 전·현직 임직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법인기금을 횡령한 혐의로 정정택(69) 전 체육공단 이사장을 불구속 입건하고 김모(53) 전 홍보비서실장과 김모(47) 전 상생경영팀장 등 2명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정 전 이사장은 2011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지인이나 체육계 관계자들에게 수십만원 씩의 명절 선물을 보내기 위해 법인기금 2억9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우산 등 3만원 이하의 홍보물을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 후 실제로는 명품지갑, 양주, 한우갈비세트 등을 구매해 선물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수년 간 해오던 관행”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관계자는 “다른 용도에 사용해선 안 되는 홍보비로 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견적서 등을 허위로 받았다”며 “선물 중 일부는 공단 업무와 무관한 지인들에게 보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은 부하 직원과 납품업체로부터 1380만원을, 김 전 팀장은 업체로부터 3350만원을 받아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김 전 팀장은 납품단가 부풀리기와 견적서 조작을 통해 4000만원을 추가로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김 전 팀장은 한 벌에 수백만원인 수입 명품 패딩점퍼 11개를 구매해 팀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전 실장 등의 지시를 받아 허위로 서류를 꾸민 공단관계자 3명과 공단에 뇌물을 준 업체 관계자 13명도 불구속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체육공단 측은 “범죄사실이 입증되면 파면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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