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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통과 현대문화 어우러진 ‘예술시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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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성환이화시장이 지역 실정에 맞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손님을 불러모으고 있다. [사진 천안시 문화관광형 시장육성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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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성환이화시장이 전통과 문화가 공존하는 예술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화시장은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장이 서는 날 외에도 주말에도 방문객들이 북적이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유리공방과 플리마켓(벼룩시장) 같은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가득한 이화시장을 찾았다.

30대 이후의 성인이라면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찾았던 재래시장의 아련한 기억이 한두 번쯤은 있게 마련이다. 장을 보는 엄마를 따라다니며 온갖 신기한 물건을 보고, 풀빵이나 솜사탕 같은 달콤한 간식거리를 사먹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밀려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예전처럼 인정 넘치고 사람 냄새 가득한 전통시장도 있다. 성환이화시장이 바로 그곳이다.

시장 활성화에 지역 예술가들 동참

이화시장은 9월부터 매달 한두 차례 상인과 소비자가 어우러지는 ‘흥콘서트’를 개최한다. 지난달 25일과 26일에도 ‘맛있는 예술시장’이라는 주제로 흥콘서트와 플리마켓이 열렸다. 5일장이 서는 날 시장을 찾은 지역 주민들은 발 디딜 틈 없는 인파에 깜짝 놀랐다.

올해로 개장 101주년을 맞는 이화시장에 장이 선 이래 최대 인파라고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천안시와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성환이화시장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단이 주관한 ‘맛있는 예술시장’에 모인 주민과 관광객은 2000여 명에 이른다.

이번 행사는 지난 9월 로봇댄스와 지역예술인들의 공연 같은 다채로운 행사로 흥콘서트가 시작된 이래 마련된 두 번째 행사였다.

지난달 25일 전국 최초로 전통시장을 친근한 어린이 놀이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 아래 인근 성환초등학교를 비롯해 천안 중앙초·성신초 등 3개 학교도 참가했다. 학교별로 윷놀이·팔씨름·제기차기·단체줄넘기 같은 놀이경연과 학생들이 뮤지컬, 오케스트라 연주를 펼쳐 학부모와 방문객들을 즐겁게 했다.

장날인 26일에는 성환 풍물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101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배나무 조형물에 101개의 소원을 담은 메달 달기 행사도 열렸다. 이 밖에 성환읍민 노래자랑대회가 이어져 하루 종일 흥겨운 노랫소리가 시장을 들썩였다.

가족과 함께 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글라스 아트 스트리트’에서 유리로 만든 목걸이와 열쇠고리, 수아비스, 토장 도예, 변영환 화폐예술가 공예품을 비롯해 지역 예술가들이 만든 도자기와 염색 작품을 보고 체험했다.

이화시장은 1914년 개장 이래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1일과 6일의 전통장을 이어왔다. 지금도 성환 지역 주민에게는 만남의 장소이자 장날이면 반가운 사람들과 뜨끈한 순댓국 한 그릇으로 정을 나누는 곳이다.

이화시장 5일장은 천안 병천 아우내 5일장과 함께 천안 지역을 대표한 장이다. 이제는 수도권 전철 성환역 개통으로 주말이면 시골 전통장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평일에는 인근 남서울대학교 학생들로 유동인구가 많아졌다. 이런 변화의 시점에서 지난해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이화시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재미와 문화적 체험이 가능한 전통시장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화시장 육성사업은 상인회와 함께 의욕적으로 출발하는 듯했다가 전 사업단장의 자금 유용을 둘러싼 의혹으로 해임되면서 진통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다시 최정만(53) 사업단장 선임 등 이화시장 문화관광사업단을 새롭게 구성하면서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예술시장’을 테마로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들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사업단은 천안시의 지원을 받아 유리조형연구소를 갖춘 남서울대와 지난 4월 협약을 맺고 전국 최초로 유리공예 체험장을 시장 내에 조성해 ‘글라스 아트 스트리트’를 만들어 유리공예 체험장을 상설화했다. 또 50여 명의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천안 아트프리마켓 ‘별난풍경’과 손잡고 장날 같은 행사 때마다 체험행사와 예술작품,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플리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퍼포먼스 선보이는 벼룩시장 열어

사업단은 제3차 흥콘서트가 열리는 21일 상인회, 주민과 함께 이화시장의 명품브랜드화를 위한 대표 콘텐트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축제의 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성환 순대 브랜드 선포식을 열고 대한민국 최고의 순대 맛을 가리는 품평회와 시식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5일장에 참여하는 상인들이 직접 판매하는 물품을 낙찰받을 수 있는 경매 행사와 품바 공연, 유리공예 체험도 진행된다. 흥콘서트는 12월 5일과 6일에도 열릴 예정이다.

최정만 단장은 “3년을 기한으로 추진되는 사업 특성상 이화시장이 상인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전통시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올해가 가장 중요하다”며 “재미와 체험이 가득한 시장으로 만들어 전국적인 문화관광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영현 객원기자 young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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