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혼 담긴 증산도 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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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증산도의 경전 『도전』을 번역한 러시아 연구자들. 왼쪽부터 아크닌·쿠르바노프·블라디슬라브.

"증산도 경전 '도전(道典)'의 번역이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천지공사(天地公事)나 도수(度數) 등 핵심 개념을 옮길 때 곤혹스럽지요. 그러나 러시아에는 '주역''도덕경' '맹자' 등이 이미 번역돼 있고 '도덕경'은 인기가 높습니다. 러시아인들이 동양 사상에 익숙하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을 합니다."(세르케이 쿠르바노프 교수)

러시아 학자 3인방이 증산도 '도전'의 러시아어 번역 마무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전'은 구한말 강증산이 만든 증산도의 핵심 경전. 번역에 참여한 이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대 한국역사학과 세르게이 쿠르바노프(42) 교수, 같은 대학의 어문학부 교수 출신인 빅토르 아크닌(53) 박사, 서울대 박사과정을 수료한 루스 블라디슬라프(35)가 그들이다. 이들은 27일 대전 증산도교육문화회관에서 올해 안에 대미를 보는 번역작업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놨다.

"한국문화의 정수를 러시아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소주' '불고기' '김치' 등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해진 한국어처럼 이 경전이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입니다."(아크닌 박사) "한국사상과 관련된 책 전체를 러시아어로 번역한 것은 많지 않습니다. '삼국유사' 등이 없지 않지만, 한국문화의 핵심 텍스트에 대한 완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쿠르바노프 교수)

그들은 "앞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증산도의 개벽 사상은 한국 문화의 주요 테마"라고 입을 모았다. 19세기 말 한국의 역사와 사회상을 담고 있는 한국문화백과사전이라는 것이다. 블라디슬라프는 "'도전'에 한국 민족주의적 색채가 짙지만 세계 어느 종교에도 그런 요소가 있다. 지구촌시대엔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잘 먹힌다"고 말했다.

한편 증산도는 지난 15년 동안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6개 국어로 '도전'을 번역했다. 지난해에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출품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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