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률의 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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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은행은 한국의 제5차 5개년계획 (82∼86년)의 성장률을 낮추고 그에 따라 투자계획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7월 5일 파리에서 열린 IECOK (대한국제경제협의회의) 총회에 제출한 세계은행의 평가보고서는 국제경제환경이 점차 어려워짐에 따라 연평균 7.6%로 설정된 성장률의 달성이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제하고 보면 저축률의 상승도 낙관할 수가 없고 그에 따라 각부문의 투자계획의 하향조정도 불가피한 문제로 대두된다.
세계은행이 전반적으로 5차계획의 목표를 의욕과도로 진단하고 있는 이유는 알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경제는 오랜 기간의 침체기를 맞고있어 당장 내년에 정부의 투자계획을 줄이거나 연기해야 할 처지에 있다.
그것은 세계경제가 50∼60년대의 황금기를 지나 장기적인 저성장시대에 들어가 있는데도 원인이 있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하면 5차계획의 목표실현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할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처하고있는 상황에 비추어 성장률을 낮추라는 의견에는 찬성할 수가 없다.
그 결과는 모든 측면에서 목표치를 축소조정해야 하며 거기에서 오는 경제·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우선 매년 30만∼50만명씩 공급되는 신규인력을 수용할 수가 없고 그로 인해 실업률이 높아진다면 안정 자체가 흔들린다.
세계은행도 저성장이 실업의 증대를 유발할 것이므로 노동집약적인 경공업의 기반확충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경제성장의 밑바탕이 되어온 경공업의 육성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산업의 고도화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선진국의 기술집약형과 개발도상국의 노동집약형 사이에 끼여 성장의 원동력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는 까닭이다.
부문별로 투자계획을 조정하고 무모한 투자를 삼가라는 의견은 받아들여야 하겠으나 우리가 할 일은 투자배분의 효율화에 있지, 투자계획의 축소균형에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이 사회보장제의 확대를 추진하라고 하고있는 것도 이론상 모순이다.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의 충실화를 계속 이루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성장과 안정의 조화로 국민경제의「파이」를 늘려나가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선진국 경제에 적용하는 시각으로 한국경제를 논해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적 과제는 경제규모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5차계획이 계획대로 된다 해도 1인당 GNP는 2천 1백 70달러 (80년 불변가격) 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은행의 충고를 새겨둘 항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81년 GNP 대비 20%수준이었던 저축률을 86년에 30%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 하고 의문을 제기한 대목이다.
성장률을 높이 잡았다 해도 저축률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가공의 수치가 될 것은 명백하다.
86년의 저축률은 해외저축률이 81년의 8.9%에서 2.9%로 낮아지는 반면 국내저축률은 22.3%에서 29.6%로 올라가도록 되어있다.
국내저축률 가운데도 가계가 11.5%, 기업이 10.2%를 담당하고 정부부문은 7.9%에 그치고있다.
내자동원이 원활하게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정부가 자발적 저축을 유도할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저축률의 상향은 순조롭지가 않을 것이다.
예컨대 7·3조치에 포함된 저축의욕 저해요인을 재고하지 않는 한 자발적 저축이 위축되고 성장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5차계획의 내용에 맞추어 합리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요구에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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