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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단체, 전단이 북한 안 가는 것 알면서 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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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하태경

지난 10월 11일 오전 7시쯤 경기도 평택시 오성면에서 대량의 대북전단이 발견됐다. 농가의 철조망에 풍선이 찢긴 채 걸려 있었다.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전날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에서 북쪽으로 날려 보낸 전단이다. 두 곳은 100㎞ 남짓 떨어져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바람은 북동풍이었다. 바람 때문에 전단이 휴전선 반대 방향으로 날다 떨어졌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대북전단이 북한에 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비양심적으로 뿌린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올해 언론에 공개한 뒤 대북전단을 살포한 건 7차례다. 이 중 1500m 고도의 풍향이 북한으로 날아가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6번이었다고 하 의원은 지적했다. 하 의원은 “최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 일대에서 대북전단이 수거된 횟수는 4회”라며 “수거된 대북전단은 모두 자유북한운동연합에서 살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를 ‘보여주기식’으로 규정했다. 그는 “풍향은 기상청을 통해 36시간 전에 알 수 있다”며 “일주일 전에 전단 살포 일시와 장소를 언론에 공개하다 보니 풍향이 안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후원자들은 전단이 북한으로 갈 것이란 기대로 돈을 내는데, 그들의 기대와 맞지 않게 (북한으로) 안 가는 걸 알면서도 뿌린다는 점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북한에 가지도 않는 대북전단 때문에 남남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며 “사전에 공개하지 말고 전단을 보낸 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술 등을 활용해 도착지 정보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하 의원의 지적에 탈북자단체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비판 대상으로 지목된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한 번에 풍선을 10개, 20개씩 띄우는데 기술이 정밀하지 못해 실수로 1~2개는 남쪽으로 갈 수 있다”며 “최근에는 함경북도 김책시에도 우리가 보낸 전단이 도달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독약이나 폭탄을 넣은 것도 아닌데, (계속) 공개적으로 떳떳하게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의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풍향을 감안하지 않고 풍선을 띄우는 건 사기”라며 “공공장소에서 공개적으로 대북전단 띄우는 걸 싫어하는 이들이 많고, 생업에도 지장을 주는데 굳이 공개 살포를 강행하는 건 사실상 김정은을 돕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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