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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식 창법 버리니 … 우리말 노래 쏙쏙 들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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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의 연습 장면. 화물차 운전사 수남(오른쪽)은 경자와 “달이 물로 걸어오듯 만났다”고 말한다. [사진 서울시오페라단]

1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연습실. 소프라노 장유리씨가 오케스트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생각하면 할수록 생각대로 되지 않아.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멀어져 가네.” 지휘자 윤호근씨가 노래를 멈췄다. “이 부분이 어렵죠. 좀 더 분명하게 들리도록 다시 해봅시다.” 20~2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의 연습 장면이다.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이 제작하고 작곡가 최우정씨가 음악을 맡았다.

 이날 성악가들의 노래는 특징이 있었다. 우리말 가사가 정확히 들렸다는 점이다. 성악가가 보통 쓰는 창법은 이탈리아 노래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말로 된 성악곡은 가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점이 늘 지적됐다.

 최우정씨는 “이번에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우리말 발음과 성악 발성의 연결”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을 해보니 우리말을 성악 발성으로도 정확히 들리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인다”고 말했다.

 우선 단어를 음악과 일치시켰다. 최씨는 “‘마음’이란 단어는 하행보다 상행하는 음계라야 잘 들린다. 이런 식으로 중요한 단어의 본래 발음이 드러나도록 작곡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말의 정확한 고저장단은 이현복 서울대 명예교수의 『한국어 표준 발음사전』을 참고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성악가들의 습관이었다. 최씨는 “이탈리아어와 달리 한국어 ‘가’는 ‘카’처럼 노래해야 ‘가’로 들린다”며 “이처럼 한국어의 자음을 강조하는 발성 훈련을 꾸준히 해야 했다”고 말했다. 지휘자 윤호근씨가 독일 오페라 무대에서 15년 활동한 경험을 살려 성악가 발성 훈련을 코치했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50대 트럭 운전사 수남이 술집 종업원 경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수남의 아이를 가진 경자가 계모, 의붓 여동생을 살해하면서 상황이 급격히 바뀐다. 극적 사건을 주로 다루는 작가 고연옥씨가 대본을 썼다. 이건용 단장은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오페라”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여기에 더해진 ‘잘 들리는 대사’는 작품의 성격을 더 잘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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