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지진 대비 미 '재난채권'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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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미국에서 최근 허리케인.지진.테러 등 대형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늘면서 '재난 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재보험사들이 대형 자연 재해로 손실을 보는 경우에 대비해 발행하는 이른바 '캣 본드'가 큰 인기를 끌면서 발행액이 97년 10억 달러에서 올해엔 6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재앙.참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 '커태스트러피(catastrophe)'의 앞글자를 따서 '캣 본드'로 불리는 이 채권은 발행 후 일정 기간 아무런 대형 재난이 발생하지 않으면 발행자인 재보험사가 투자자들에게 이자는 물론 추가적인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채권이다.

그러나 자연 재해에 따른 보험금 지급으로 재보험회사들의 피해가 일정 규모 이상을 넘어설 경우 채권 투자자들이 투자 원금으로 이를 공동 부담한다. 물론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원금의 일부를 까먹을 수도 있지만 채권 만기까지 대형 자연재난만 없으면 일반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재보험사 입장에서도 대형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자연 재해가 발생할 경우 손실의 상당 부분을 채권발행액으로 충당할 수 있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골드먼삭스에 따르면 이 같은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캣 본드'의 발행 규모는 2000년 말 23억 달러에 이어 2003년 5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급증하고 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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