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오른팔 칼 로브를 해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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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금 미국 정가를 흔들고 있는 가장 큰 사건은 리크(leak.정보누설) 게이트다. 미국 언론에 중앙정보국(CIA)비밀 요원의 신원을 흘린 사건이다. 리크 게이트는 전 이라크 주재 미국 대리대사 조셉 윌슨이 '이라크가 대량파괴 무기를 보유하려 한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는 내용의 기고문을 뉴욕타임스에 실으면서 시작됐다.

보수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이 이에 반박하는 칼럼을 통해 윌슨 대사의 부인 플레임이 CIA 비밀요원임을 폭로한다. 문제는 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고의적으로 누설하는 건 미 연방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취재원(정보 누설자) 공개를 거부한 뉴욕 타임스의 밀러 기자는 법정 모독죄로 구속 수감된다.

부시의 두뇌, 설계사(the architect)란 별명으로 통하는 백악관 부비서실장 칼 로브도 이 사건으로 휘청거렸다. 그가 바로 언론에 정보를 흘린 '몸통'이라는 의혹이 특별검사의 조사 결과 드러나면서다. 더구나 딕 체니 부통령 등 공화당 핵심 간부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문은 연일 커지고 있다.

파문의 핵심에 서 있는 칼 로브는 어떤 인물일까. 미국의 정계는 어떤 역학 관계 속에서 움직이고 있을까. EBS는 27일 오후 10시 '2005 미 정가 최고 의혹의 실체, 칼 로브와 리크 게이트'(사진)를 방영한다. 최근 PBS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다.

지난해, 미 정치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선거전에서 부시는 재선에 성공한다. 그의 성공 뒤에는 최고의 정치 전략가 칼 로브가 있었다. 그는 2000년과 2004년 연이어 부시를 당선시킨다. 그는 철저한 여론조사와 핵심 지지층의 결집 유도, 흑색 선전에 가까운 공격적 선거 전략으로 승리를 이끌어낸다.

'부시의 두뇌'를 쓴 웨인 슬래터는 칼 로브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칼 로브식 선거운동은 한 마디로 막말 정치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건 그의 대리인이나 익명의 단체, 소문, 우편 홍보물 등이었다. 겉으로만 보면 로브는 직접 관련이 없었지만, 흑색 선전으로 그가 미는 후보는 언제나 이득을 봤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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