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업 공간에서 찾은 아이디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 잘나간다는 카페나 편집 숍에 가면 맛있는 음식과 예쁜 옷보다는 인테리어 스타일링에 눈을 빼앗기게 된다. 내 집에도 활용해볼 만한 인테리어 장치를 찾아봤다.

Point 1 천장에 바를 설치해 노끈으로 알전구를 매달면 값비싼 팬던트 조명 못지않은 스타일링을 할 수 있다. 공사장 보조 조명으로, 서울 을지로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Point 2 시스루 소재의 커튼은 자연광에서 비롯되는 조명 효과를 낼 수 있다. 빛을 반 정도만 투과시켜 은은한 분위기를 낸다.

Point 3 한쪽 벽면에만 다른 컬러를 칠해보자. 마치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듯, 공간에 위트를 불어넣을 수 있다.

공간에 힘을 주는 색과 조명
김은배(에이프레임디자인 소장)

음식보다 공간으로 먼저 이름을 알린 레스토랑이 있다. 바로 서울 서래마을의 앙티브로 에이프레임디자인 김은배 소장의 최근작이다. 설계 초기, 앙티브의 조성범 셰프는 프랑스 남부 해안 도시 앙티브에서 경험한 감정을 이곳을 찾은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이에 김 소장은 레스토랑의 메인 콘셉트를 ‘바다 그리고 블루’로 정했다. 그리고 조 셰프가 앙티브에서 경험했던 기억의 단편들을 132㎡(40평) 남짓한 공간 곳곳에 녹여내고자 했다. 벽면마다 커튼, 유리, 거울 등 다른 소재를 사용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공간들은 저마다 생동감이 있다.

그중에서도 빅 테이블이 놓인 한가운데 공간은 김 소장이 각별히 신경 썼다.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가장 인기 없는 공간이 바로 빅 테이블이다.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보는 듯한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 하지만 김 소장은 이 공간을 누구나 앉아보고 싶도록 만들었다. 먼저 바닥을 흰색과 푸른색 타일을 번갈아 붙여 바다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부여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길이가 각각 다른 펜던트 조명이 타일에 반사되면서 반짝이면 마치 새벽녘 넘실대는 바다 위 고기잡이배에서 식사를 하는 느낌마저 자아냈다.

“작은 공간일수록 그 안에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보세요. 흔히 벽에 바짝 붙여놓는 식탁을 과감히 밖으로 꺼내는 것도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방법이에요. 평면적인 공간에 입체감이 생기죠.” 벽면의 컬러를 부분적으로 다르게 칠하거나 조명을 한 곳에 집중적으로 설치하는 것도 공간 속에 또 다른 공간을 만드는 팁이라고 김 소장은 전했다.

Point 1 리얼 공간에 버려진 가구처럼 빈티지 소재를 활용할 때는 타일 같은 마감재는 새것을 믹스 매치할 것. 낡았지만 멋스런 느낌이 연출된다.

Point 2 신경옥씨는 알전구를 근사하게 활용했다. 천장 조명에 단 알전구는 전기선으로 이었고, 왼쪽 벽엔 나무 박스 안에는 알전구를 넣어 그림처럼 간접 조명을 완성했다.

적산 가옥의 것으로, 리얼 빈티지
신경옥(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맛은 물론 독특한 인테리어로 서울 가로수길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그릴밥상은 한식과 일식을 믹스한 퓨전 음식을 선보인다. 인테리어 역시 한국과 일본이 혼재된 듯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은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신경옥씨의 작품으로 군산의 적산 가옥에서 스타일링 힌트를 얻었다. 일제 강점기에 약탈을 일삼던 일본인들이 군산항을 자주 이용했기에 군산에는 일본식 가옥들이 많았다. 신경옥씨는 빈티지 스타일과 리얼 빈티지는 다르다고 말한다. “인테리어 요소들은 단순히 일반 소품을 배치하는 것과 달리 체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은 차이도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게 되지요.”

주방에 배치한 찬장과 공간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문살은 적산 가옥의 것을 재활용했다. “한국의 가정집에서 흔히 쓰는 싱크대 서랍의 문 한두 개만 들어내고 리얼 빈티지 고재로 교체해보세요. 사이즈가 조금 안 맞아도 괜찮아요. 오히려 멋스럽죠. 화방에서 파는 스테인을 사용해 나무를 원하는 톤으로 보정해주면 한결 깔끔해져요.”

주방에 창문이 나 있다면 플라스틱 느낌의 줄 유리로 교체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레스토랑 한가운데 위치한 바는 요즘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아일랜드 테이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버려진 고재를 직접 재단해 블랙 앤 화이트로 타일만 붙였다. “아일랜드 테이블에 식탁 기능을 더하면 좁은 주방의 공간 효율을 높일 수 있어요. 한쪽 면에 수납공간을 마련하고 커튼을 달아 안이 보이지 않게 하는 것도 좋은 팁이에요. 너무 빈티지스러운 게 부담스럽다면 목재와 전혀 다른 질감인 타일을 모던한 배색으로 깔아보세요.”

Point 1 소품은 내가 필요한 용도에 맞춰 재탄생 시키면 어떨까. 아웃도어용 컵에 드라이플라워를 꽂았더니 어울리는 화병이 됐다.

Point 2 새것과 헌 것의 컬래버레이션. 이케아에서 산 수납장 위에 낡은 상판을 얹어 빅 테이블을 만들었다.

Point 3 버려진 것들의 업사이클링. 자투리 목재는 사다리로 만들어 스카프 걸이로,
칠을 새로 한 파이프엔 화분을 걸어 행잉 가든을 연출했다.

헌것들의 업사이클링
배재호(플러스82프로젝트 대표)

뉴욕에서 남성복 디자인을 전공한 후 현지 유명 패션 브랜드의 MD로 활동한 이력의 배재호 대표. 10년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문구 편집 숍 플러스82프로젝트를 열었다. 갑갑한 회사 생활에 지쳐 나만의 공간을 갖고자 희망했던 만큼 매장 인테리어를 하는 3개월 동안 모든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도중에 자재가 모자랄까 봐 모든 것을 넉넉히 샀어요. 덕분에 남은 자재로 웬만한 가구나 소품은 직접 만들었죠. 오히려 비용을 낮춘 셈이에요.”

남은 목재를 이어 붙여 단 5분 만에 만든 사다리를 비어 있던 벽면 한쪽에 놓았더니 스카프를 걸기 딱 좋은 수납공간이 됐다. 이렇듯 물건의 본래 쓰임새와 조금 다르게, 자신만의 쓰임새를 찾은 것이 그의 인테리어 노하우다. 앞으로 의류도 함께 판매할지 몰라 천장에 미리 설치해 놓은 파이프 역시 현재 옷가지와 행잉 플라워를 걸어놓는 용도로 바꿔 쓰는 중. 66㎡(20평) 남짓의 작은 공간이다 보니 바닥보다는 벽면과 천장 부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주로 고민하는 편이다.

“파이프는 을지로 상가에서 5만원이면 제작할 수 있어요. 못질할 구멍까지 뚫어주니 행어를 비싸게 구입할 필요가 없지요. 작은 사이즈 파이프를 여럿 만들어서 책상 옆면이나 벽면 곳곳에 배치하는 것도 서랍장을 대신하는 패셔너블한 아이디어에요.” 쓸모없어 버려진 가구들을 가져다가 나름의 용도로 사용해보라는 팁도 전했다. 그의 매장에 들여놓은 큼지막한 가구들은 대부분 건축사무소에서 버린 도면 보관함이다. 배 대표는 이 도면 보관함을 넥타이나 선글라스를 수납하는 데 사용한다.

Point 1 화장실도 메인 공간의 연장선이다. 카페 내부에 쓰인 레드 컬러를 똑같이 적용했고 집에서 실제 쓰던 앤티크 가구를 들여놨다.

Point 2 작은 조명 여러 개를 놓는 것도 방법이다. 조명의 높낮이와 각도를 서로 달리해 스폿마다 공간의 무드가 다르다.

빈티지 소품으로 붉은 벽을 돋보이게
윤재식(디자인 룩스 디자인 디렉터)

서울 압구정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 오드리앤영은 블랙 앤 레드의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하지만 누군가의 집에 놀러 온 듯 편안한 매력이 있다. 버츠비와 쥴리크의 사옥 1층에 위치한 이곳은 두 브랜드의 대표들이 운영하고 있다. 버츠비의 한국 론칭 때부터 매장 및 브랜드 콘셉트 디자인을 도맡았던 디자인 룩스의 윤재식 실장이 오드리앤영의 인테리어도 전담했다. 본래 버츠비와 쥴리크 직원들의 구내식당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만큼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에게도 편안함을 주는 것이 스타일링의 관건이었다.

“평소 남다른 예술적 취향을 지닌 두 대표의 집에 있는 미술 작품들을 가져다 놓기도 했어요.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조명도 그녀들이 해외 출장 중 직접 컬렉팅한 것이고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들도 지나치면 좋지 않아요. 소품은 조명과 의자로 제한했어요. 그리고 블랙과 레드로 벽면을 과감하게 칠해 공간에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부여했죠.” 컬러, 벽면, 소품 등 공간 안에 자신의 취향을 한 층씩 레이어링해보라는 것이 윤 실장의 설명이다.

Point 1 나무를 길게 잘라 벽면에 붙여 놓았다. 못이나 파이프를 자유자재로 박으면 개성 있는 행어로 사용할 수 있다.

Point 2 옷을 재밌게 걸어두면 디스플레이 효과를 줄 수 있다. S 자형 고리를 활용해 높낮이를 달리했다.

소재와 마감재를 달리하다
기남해(바스통 대표 및 디자이너)

서울 연남동의 후미진 골목길, 버려진 듯한 나무 기둥에 세련된 옷가지들이 걸려있는 묘한 공간이 눈에 띄었다. 왁스 코팅 아우터를 전문으로 디자인하는 패션 브랜드 ‘바스통’ 기남해 대표의 작업실이자 쇼룸이었다. 브랜드를 론칭한지 벌써 4년째지만 단 7벌의 아우터를 만들었다는 그답게 직접 꾸민 쇼룸 역시 무려 8개월의 공을 들였다. 판매대에 작업실까지, 40㎡(12평) 남짓한 공간이 복잡할 법도 하지만 ‘나무, 돌, 황동’으로 소재와 컬러를 제한함으로써 많은 요소가 한데 잘 어우러지도록 한 것이 기 대표만의 인테리어 포인트.

“벽면은 회벽돌을 사용해 빛바랜 느낌을 주었어요. 웬만한 가구들은 값비싼 브랜드의 것보다는 소재만 구해 직접 제작했더니 따로 노는 느낌 없이 모든 것이 공간 안에 잘 녹아들었죠.” 가구를 직접 재단하는 것이 어렵다면 전체가 아닌 부분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 매장 한쪽에 놓인 테이블은 황학동에서 구입한 재봉틀에 고재 상판을 올린 것이다.

기 대표는 매우 한국적인 소재인 회벽돌과 나무를 사용했음에도 전체적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는 스타일링 포인트로 황동 소재를 꼽았다. “저는 옷을 만들 때도 단추와 버클 등 작은 부품에 큰 공을 들여요. 옷을 거는 못과 S자형 고리, 파이프 등의 장식적인 요소들은 모두 황동 소재를 써서 직접 만든 것이지요. 가정에서 직접 제작하기는 힘드니 톤과 소재를 확실히 통일시키는 것이 방법이 되겠죠.”

장소 협조 오드리앤영(02-3446-1898), 그릴밥상(02-540-4111), 바스통(02-326-3783), 플러스82프로젝트(070-8129-4069), 앙티브(02-593-3325)

기획=최은영 여성중앙 기자, 사진=이과용·박상국·신국범·안종환(brick studio)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