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54> 전문대 유망 학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김기환 기자

‘타이틀이냐 실리냐’. 대학수학능력시험 을 치르고 대학 지원을 앞둔 고3생에게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까요. 아마도 ‘실리’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올해 기준 4년제 대학 졸업생 취업률은 55%인데 전문대는 이보다 높은 61%입니다. 대학을 취업률에 비춰본다면 4년제는 타이틀, 전문대는 실리라고 봐도 좋을 겁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가 유망한 전문대(학과)를 엄선해봤습니다.

전문대의 별명은 ‘취업 사관학교’다. 고등교육법 47조는 ‘전문대학은 사회 각 분야에 관한 전문 지식과 이론을 교수(敎授)·연구하고, 재능을 연마해 국가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전문대는 여기에 맞춰 이론보다 실무 위주로 교과과정(커리큘럼)을 운영한다. 학제는 2~3년이고 졸업하면 4년제와 달리 전문학사 학위를 준다. 올해 기준으로 137개 전문대가 있고, 입학 정원은 19만2000명이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전문대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4년제 대학 졸업생 취업률은 2012년 56.2%에서 지난해 55.6%, 올해 54.8%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문대 취업률은 60.8%에서 61.4%로 올랐다. ‘취업의 질’도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전문대 졸업생은 4년제 대학 졸업생 임금의 71%를 받았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기업들이 채용할 때 스펙보다 능력을 중시하면서 전문대 졸업생의 취업 문이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4년제 대학을 졸업 또는 중퇴하고 전문대로 ‘U턴’하는 경우도 늘었다.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생 중에서 전문대에 입학한 학생은 1102명(2012년)→1253명(2013년)→1283명(2014년)으로 증가세다.

 

1 거제대 조선해양공학과(3년제) 거제는 조선·해양 산업의 메 카다. 세계적인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거제에 있다. 인근 통영·고성엔 성동조선해양·SPP조선해양이 자리잡고 있다. 거제대는 1990년 대우조선해양이 거제에 설립한 조선·해양 산업 특성화대학이다. 대표 학과인 조선해양공학과는 조선업체가 필요로 하는 선박·해양플랜트 분야 설계·생산관리 기술을 가르친다. 재료역학·유체역학 등의 이론 교육 뿐 아니라 조선 공작법·용접 등 실습도 진행한다. 산업체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한 덕분에 취업률이 75%(2012년)→79.5%(2013년)→100%(2014년)로 올랐다. 취업자 대부분이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대규모 조선업체에 취업했다. 취업률 뿐 아니라 취업의 내실도 좋다. 입학정원은 90명.

 2 계원예술대 애니메이션과(3년제) 1995년 국내 최초로 애니메이션을 단독 교과과정으로 만들었다. 입학 정원은 64명. 월트디즈니·워너브라더스 등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에서 실무 경력을 쌓은 7명의 교수진을 갖췄다. 애니메이션 기획·제작부터 후반 작업까지 단계별 제작 기법을 가르친다. 애니메이터, 애니메이션 아티스트, 애니메이션 테크니션 등 세 분야에서 일할 인재로 키운다. 디지털 애니메이션 랩, 사운드 스튜디오, 스톱모션 스튜디오, 영상 제작실 등 시설을 갖추고 후반 작업과 관련 산업까지 염두에 둔 실무 교육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4년 졸업생 취업률은 48.3%. 진로 특성상 계약직·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70% 이상의 졸업생이 취업한 것으로 추산된다.

 3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2년제)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방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히 주목받는 학과다. 1992년부터 매년 90명씩 선발해 203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 중에서 소방 공무원이 192명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단일학과 기준으로 취업자수가 19년째 1위다. 전국 1위도 5번 차지했다. 소방 공무원 뿐 아니라 대기업·안전관련 업체 등에 취업하는 경우도 많다. 진학 등을 제외한 지난해 취업률은 88%. 소방기계·전기·화공·소방법 등 기초 과목과 화재진압 기술, 소방시설 설계·유지관리 등 실무를 배운다. 2005년부터 재학생들이 일선 소방서에서 직접 소방 훈련을 받는다. 선배 소방공무원이 후배 1명의 멘토를 맡는 ‘119 드림 프로젝트’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과 전흥균 교수는 “안전에 관심이 높아질수록 전망이 밝은 학과”라고 소개했다.

 4 동아방송예술대 방송예술융합계열(3년제)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걸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학과다. 방송제작기술·방송음향기술·방송시스템·방송통신기술 전공으로 나뉜다. 입학정원은 130명. 올 2월 졸업생 취업률은 60.7%였다. 지상파·케이블 방송사 등에 영상·음향·조명감독이나 방송 전송 기사, 서버 관리자, 설비 엔지니어 등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서 뛸 수 있도록 기본적인 ENG 카메라 조작부터 디지털 이미지 편집, 컴퓨터 그래픽, 영상 제작기술 등을 가르친다. 최근엔 고화질(HD) 촬영, IPTV 방송 기술 등 실습 과목을 개설해 달라진 방송계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5 서울예술대 디지털아트 계열(3년제) 3차원(3D) 영화의 대표작인 ‘아바타’ 같은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청년들이 모인 곳이다.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상호작용 예술) 전공은 3D 그래픽, 인터랙티브 사운드·웹디자인, 모바일 아트를 배운다.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creative technology·예술 공학) 전공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로봇, 디지털 회로 제작 기술 등을 배운다. 2007년 예술공학센터(ATEC)를 대학에 세워 영상·음악·전시·공연과 연구가 융합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컴퓨터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 전통 예술 전공과 다르다. 지난해 취업률은 85.7%. 인터랙티브·모바일·비디오 아티스트, 4D 영화 제작자, 사운드 디자이너 등 생소한 직업군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

6 아주자동차대 자동차개발 전공(2년제) 국내 유일의 자동차 특성화대학이다. 자동차개발 전공에선 자동차 부품의 개발·설계·가공 교육이 진행된다. 구체적으로 CAD(컴퓨터응용설계)를 활용한 자동차 부품 설계, 부품 생산에 활용하는 CAM(컴퓨터 응용가공), 금형 설계 기술을 배운다. 자동차 검사·시험, 수리 기술 학습에 집중하는 일반 전문대의 ‘자동차정비학과’와 다르다. 2010년엔 자동차 엔진 개발 업체인 테너지와 산학(産學) 협약을 맺고 ‘자동차 엔진·부품 시험 엔지니어’와 ‘자동차 부품 설계 엔지니어’ 등 2개 분야 전문인력 양성 과정을 개설했다. 최근 3년 간 취업률이 80%를 웃돈다. 졸업생은 현대모비스·만도·보쉬·델파이 등 자동차 부품 업체, 테너지·디피코·AVL 등 자동차 설계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에 취업한다.

7 영남이공대 기계계열(2년제) 기업들이 가장 선호해 산업 수요가 많은 기계계열 취업에 집중한 학과다. 기계설계·CAM·로봇메카트로닉스·금속금형설계 전공으로 나뉜다. 자동차·조선·항공기·IT(정보기술)기기 등 제품을 설계하고 만드는 기술을 배운다. 입학정원은 280명(야간 30명). 취업률은 95%를 넘는다. 자동차·항공·조선 업체 등 대형 생산업체 뿐 아니라 각종 기계 생산 분야에 주로 취업한다. 2010년 독일 지멘스와 산학 협약을 맺고 국내 최초로 지멘스 아카데미를 교내에 개설해 주목받았다. 여기에서 지멘스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학생들에게 지멘스 제품 운용을 가르친다. 지난해 전문대 최초로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공학기술교육인증 시범대학’에 선정됐다.

 8 원광보건대 치위생과(3년제) 1976년 전국 최초로 개설한 치위생과다. 입학정원은 120명. 주로 치과에서 일하는 ‘치위생사’를 배출하는데 올해 국가고시 합격률은 97.3%. 치과위생사 등을 포함한 전임교원 9명, 겸임교원 12명, 시간강사 18명으로 구성한 교수진이 자격증 취득을 돕는다. 지난해 취업률은 75.6%. 100% 동문만 채용하는 원광대 치대 병원을 비롯해 전국 치과병원과 일선 치과에 취업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밖에도 보건소, 구강위생용품 제조회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 기관에도 진출한다. 국내 종합병원에 취업하려면 대부분 토익 700점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대학이 영어·중국어 사관학교를 운영하고 4주 합숙 교육을 해준다.

9 한국골프대 골프코스매니지먼트과(3년제) 국내 최초로 골프장 관리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과다. 2011년 개교한 한국골프대가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취업률이 100%를 기록해 주목받았다. 전국 500여개 골프장에서 필요로 하는 관리 전문가가 7500명인데 현재 약 5000명이 취업했다. 취업한 5000명 중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인원은 50% 미만이라는 게 이 대학의설명이다. 학과에 입학하면 골프 기본 지식부터 조경, 골프장 설계·시공, 해충·잡초 방제, 비료, 코스관리 장비 운영 등 실무를 배운다. 학생 전원이 대학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지역 골프장에서 현장 실습을 한다. 골프장이 아니라도 조경업체나 시공업체, 비료·농약 등 친환경약품 업체, 연구소에 진출할 수 있다.

 10 한국승강기대 승강기공학부(2년제) 국내 유일의 승강기 특성화대학이다. 엘리베이터 뿐 아니라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movingwalk)도 다룬다. 2010년 거창승강기밸리를 거점으로 설립됐다. 입학정원은 320명. 기계·전기·전자 등 기초 공학을 바탕으로 스마트전기제어·정밀기계전자·시스템매니지먼트·안전관리 전공으로 나뉜다. 10년 이상 엘리베이터 현장 기술 경력을 가진 전임 교수, 엘리베이터 산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실습 교육을 책임진다. 올해 취업률은 82%. 국내외 승강기 제조·설계·유지관리 업체 뿐 아니라 건설사·안전관리 업체에 진출했다. 전 세계에 고층빌딩 건설 붐이 일고 승강기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취업 수요가 늘고 있다.

김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