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좌절하지마, 넌 소중하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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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너는 쓸모가 없어
카렌 쿠시맨 지음, 배미자 옮김, 다른, 188쪽, 8500원
나는 내가 좋아
제이미 리 커티스 글, 로라 코넬 그림, 서애경 옮김, JDM중앙출판사, 44쪽, 8000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인생을 행복하게 꾸려나가는 원동력이다. 자존감이야말로 긍정적인 자신감의 씨앗이 된다. '너는 쓸모가 없어'는 자신을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던 한 소녀가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 이름도 없이 '쇠똥구리'라고 불리던 떠돌이 소녀가 주인공이다. 인정머리 없는 산파 제인을 만나 그의 허드렛일을 해주는 수습생이 된다.

쇠똥구리는 제인에게 툭하면 '아무 생각 없는 계집애' '아둔한 것'이란 욕을 먹지만, 타고난 착한 성품으로 마을 주민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고 산파가 없는 사이 아이를 성공적으로 받아내기까지 한다. 그에게 드디어 자신감이 생길 무렵, 실패가 찾아왔다. 한 번의 실패에 '난 역시 쓸모 없는 존재야'라며 좌절하는 주인공. 그가 다시 삶의 용기를 찾고 이제 다시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졌다.

이야기의 큰 줄기뿐 아니라 책 곳곳에 숨어있는 디테일도 자존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집도, 엄마도, 이름도 모르는 주인공. 하지만 그 아이는 '누군가 나를 낳고, 연못에 아장아장 걸어 들어가지 못하게 돌보고, 악취나는 기저귀를 갈아준 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버려진 것 같고 쓸모 없어 보일지라도 생명이 여태껏 계속됐다는 건 누군가의 전폭적인 보살핌이 있었다는 얘기. '난 하찮은 존재야'라는 사춘기 통과의례를 앓는 아이들도 이런 깨달음 앞에서는 어깨를 으쓱하지 않을까.

'나는 내가 좋아'는 유아용 그림책인 만큼 좀더 직설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라'고 주문한다. 자신의 장점과 능력을 스스로 칭찬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졌다. '이불 속에서 뭉그적거리지 않고 폴딱 일어나는 내가 좋아''친구들과 사이좋게 도시락을 나눠먹는 내가 좋아'등 일상적인 모습에서 자부심을 찾는다. 책 끝부분의 '사랑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나를 좋아하는 거야'란 충고는 책을 읽어주는 부모들부터 마음에 새겨둬야 할 금과옥조다. 아이들 자존감의 출발은 부모 스스로의 자존감일테니까.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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