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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부대 병사들 제설·제초작업 안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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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름에 잡초 뽑고, 겨울에 눈 치우는 군대. 최전방 부대엔 옛날 얘기가 된다.

 내년부터 최전방 일반전초(GOP) 부대의 잡초 제거와 제설 작업 등을 민간 회사에 용역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12일 관련 예산 305억원이 포함된 국방예산안을 의결했다. 부대 시설관리와 주변 정리 작업을 민간에 넘기게 된 곳은 철책을 지키는 육군 11개 사단, 전방 곳곳에 탄약을 보관하는 탄약창 9곳, 해병대 2사단 등이다.

 국방부가 전방부대 병사들을 잡초 제거 업무 등에서 자유롭게 한 것은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서다. 잡초 뽑기 같은 잡무 과정에서 병사들의 서열화가 이뤄지고, 그 속에서 구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 거다.

 전방 부대 관리 민간 용역안을 포함,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과 28사단 윤 일병 사건 등이 촉발한 병영문화 혁신안이 확정 단계에 이르렀다. 국방예산뿐 아니라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가 마련한 혁신안(5개 분야 25개 과제)이 13일 국회에 보고됐다.

 이에 따르면 국방부는 장병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군인복무기본법을 제정하고, 영내 폭행죄·모욕죄·명예훼손죄를 신설하기 위해 군 형법을 개정한다. 현재 일반명령으로 금지하고 있는 영내 구타를 군 형법으로 다스리겠다는 뜻이다.

 모범 병사들은 유급으로 연장 복무가 가능하도록 하고, 우수 복무자들에겐 취업시험 때 2% 내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군 가산점 제도는 1999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제도라 논란이 예상된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다음달 혁신안을 최종 확정한 뒤 국방부 검토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추진하는 내용은 다소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변인은 “국방예산과 혁신위 혁신안이란 투 트랙을 통해 병영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국방부와 국회 국방위원들이 모두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방부대 관리를 민간에 맡기기로 하는 과정이 그랬다.

 당초 국방부가 책정한 예산은 271억원이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대체로 국회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삭감되는 예가 많다. 하지만 국회 국방위원들은 34억원의 예산을 증액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초 동부와 서부 각 1곳의 사단을 지정해 시험 운영한 뒤 전방의 전 사단으로 확대할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경계와 전투에 집중하라고 국회 국방위원들이 오히려 예산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예산 증액을 주도한 게 야당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이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안 의원은 “2개 사단만 시험적으로 할 경우 일회성으로 종료될 수 있다”며 “병사들이 경계와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방 모든 부대에서 실시하는 게 맞다고 봤다”고 말했다.

 국방위는 전날 GOP 근무 병사들의 수당도 3만15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정용수·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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