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희 저 - 대한민국 임시정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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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성신여대 이현희 교수(국사학과·문박)가 최근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사」라는 대작을 저술·간행함으로써 금년도 사학계의 큰 수확으로 기록될 것 같다. 저자 이 교수는 대학에서 한국사를 공부한 이후 20여년을 하루같이 근면하게 한국근대사 관계의 논문과 저술을 상당량 발표, 이미 이 방면의 중견학자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번에 새로 간행한 이 저작물은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방대한 연구업적으로 평가받고있다.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몇가지 새로운 해석과 평가를 시도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첫째 3·1운동은 「임정」을 수립시켰기 때문에 성공한 운동이므로 「3·1민주혁명」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며 둘째, 임시정부의 성립은 군주제의 부활이 아닌 민주공화제를 채택하고 그후 27년간 줄곧 헌정을 유지하여 왔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제1공화국은 바로 이 시기(1919∼1945)부터 잡아야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이 교수가 지난 4월13일 「임정」수립 63주년 기념강연회에서 강조하였던 사실로 미루어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일제침략 36년 운운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임정 27년사는 우리의 정부이기 때문에 실제로의 피침은 그 기간을 공제한 10년뿐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이것도 근거와 사실에 접근하는 참신한 연구결과이며 추리이기도 하다. 셋째, 임시정부는 분명히 삼권분립형태를 취하였던 민주정부였으며 단일헌법하의 통일정부였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이로부터 연결하고 있음으로써 국민정신의 진작·규합과 함께 한국민족주의와 근대의식의 총본산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학위논문이기도 한 본서는 「임정」을 이끈 이동령·김구·이시영 등 같이 곧고 탁월한 애국자의 구국의식과 민족사상을 구조적으로 함께 다루어 가치관을 정립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이해와 함께 수많은 애국지사의 피나는 광복에의 열기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하게 한다. 부록으로 담은 56개의 임정헌법과 각종 독립운동자료는 임정사 연구에 도움을 주고 동년표도 이에 버금간다. 임정의 외교활동, 광복군의 국내진입작전 문제 등의 해결로 이 방면 연구에 개척적인 업적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김준엽<고대교수·아세아문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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