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총지배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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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슐츠」등장보다 「헤이그」퇴장이 더 화제다. 그러나 미「국무장관 감」으로는 「슐츠」가 더 유명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그는「지상발령」의 단골손님-
그는 벌써 80년 12월 「레이건」행정부 시각 때도 국무장관이 될 뻔했다. 그것이 좌절된 것은 벡텔 회장이라는 좋은 자리의 유혹 때문. 게다가 「닉슨」전 대통령의 「훼방전화」도 있었다. 「레이건」이 한참 조각에 분주할 때「닉슨」의 전화가 걸려왔다.「슐츠」를 제쳐버리고 「헤이그」를 추천하는 전화였다.
그 이유가 걸작이다. 73년 「닉슨」이 한참 워터게이트사건의 수렁에 빠져 허덕일 때 「슐츠」(당시 재무장관) 가 「닉슨」의 모종지시를 듣지 않은데 앙심을 품었다는 것이다.
문제의 지시란 바로 「닉슨」의 탄핵을 추진하던 정적들의 납세자료를 조사해서 중 과세하라는 것.
설마 싶지만 이것은 그 무렵엔 파다했던 소문이다.
당시 공개된 백악관 녹음 테이프도 있다. 그 속에서 「닉슨」은 「슐츠」를 「멍청이」 (candy ass)라고 불렀다.
물론 「슐츠」를 중용 한 것은 「닉슨」이었다. 시카고 대 경영대학원장이던 「슐츠」는 「닉슨」행정부에서 노동장관, 예산국장을 거쳐 72년 재무장관에 올랐다. 당시 「슐츠」는 「경제정책협의회」의장을 겸했는데 이 자리는 국방, 상무, 농무, 노동, 운수장관과 예산국장 등을 지휘하는 자리. 그래서 「슐츠」에게는 『미국 총지배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
프린스턴 대와 MIT에서 공부한「슐츠」는 57년부터 10여 년간을 시카고대학에서 강의. 일명「시카고학파」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카고학파」는 국제통화, 무역 등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배제할 것을 주장한다. 정부는, 다만 통화의 공급을 조정함으로써 국가경제의 원활한 운용을 돕고 나머지는 자유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
제60대 미국 국무장관이 된 「슐츠」는 이제 세계 외교 지배인으로 수완을 보여주어야 할 차례다. 그는 한때 미국 외교를 『전등 스위치 외교』 (light-switch dipromacy)라고 비꼰 적이 있었다. 79년 벡텔 회장에 취임한 직후였다.
미국이 딴 나라에 통상압력을 가하는 기준이 하도 이랬다 저랬다 해서 마치 전등 스위치 를 켰다 껐다 하는 것 같다는 풍자.
대표적인 예로 원자로의 공급에 관한 모호한 태도 때문에 전 세계 원자로 시장을 유럽에 잠식당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등스위치에 손을 대는 사람에게 결정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제 「슐츠」자신이 전등 스위치를 조작하는 사람이 됐으니 그의 외교 스위치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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