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타이슨, 이번엔 비둘기로 말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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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미국 세인트루이스 김용철 특파원] 왕년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39)의 말년이 한없이 초라해져가고 있다.

1986년 18세의 나이로 프로복싱 헤비급을 평정하며 한시대를 풍미했지만 방탕하고 무절제한 생활로 스스로 몰락하고 만 타이슨. 한때 8만평에 달하는 대저택에서 호화스러운 생활을 했지만, 지금은 방 두개짜리 아파트에서 월세 생활을 할 정도로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애리조나 피닉스에 살고 있는 타이슨이 이번에는 비둘기 문제로 아파트 주민들과 충돌했다. 예전부터 비둘기를 키워온 타이슨이 지난달 주민 동의 없이 아파트 마당에 새장을 설치하려 공사를 시작했고, 주민들의 민원으로 법원이 공사를 중지시킨 것.

'Beyond the Glory'라는 타이슨의 다큐멘터리를 새장에서 찍을 정도로 비둘기를 사랑하는 타이슨은 바로 항소했고, 결국 한달만에 법원이 새장을 다시 만들 수 있게 허가했다. 법원은 "아파트 약관 어디에도 애완동물의 종류나 숫자에 대한 제한이 없다"라는 이유로 새장 건설을 허가했고, 타이슨은 "비둘기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다. 주민들이 왜 반대하는지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며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타이슨이 키우는 비둘기는 약 100마리로 새장의 크기는 거의 10제곱미터에 달한다. 새장에는 에어컨 시설이 구비되어 있으며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만 1만2000달러(약 1200만원). 비용은 타이슨이 대부분 지불하고, 시 측에서 토지 제공 등의 일부 편의를 봐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슨은 지난달 12일 워싱턴에서 벌어진 케빈 맥브라이드(31·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6회 TKO패를 당한 이후 "다시는 복싱을 못하겠다"며 스스로 한계를 고백했지만, 과다한 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최소한 2번 이상은 다시 링에 올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또다시 '원하지 않는' 재기전이 계획되며 에반더 홀리필드, 리딕 보위 등 예전 챔피언이나 심지어 K-1의 최홍만(24) 까지 거론되는 등 예전 핵주먹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시되고 있다. 게다가 이번 비둘기로 인한 작은 헤프닝으로 인해 많은 팬들 및 동물 구호 단체로부터 동정을 받는 처지까지 되어 버렸다.

한때 '3회까지만 버텨도 성공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저돌적인 인파이팅과 무시무시한 주먹을 앞세워 전세계 복싱계를 호령했던 타이슨. 물론 뛰어난 기량도 필요하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바람 잘 날 없는 '핵이빨' 마이크 타이슨. 사진〓로이터]

미국 세인트루이스 = 김용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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