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지역 고교생 과목별 상중하 구분|이동수업을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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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문교부는 24일 지금까지 권장사항으로 일부학교가 실시해온 「교과별 이동수업」을 오는 2학기부터 평준화지역의 모든 인문고교가 의무적으로 실시토록 했다. 문교부는 그러나 능력별 수업반 편성대상 과목과 대상학년 등 세부운영내용은 학교장의 재량으로 학교여건과 맞춰 획일 운영에 따른 부작용이 없도록 했다. 이는 평준화시책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지적돼온 학생들의 학력 하향(하향)평준화를 막기 위한 것으로 문교부는 23일 대구고교에서 전국 시·도 교위 담당장학관과 일선교장 연석협의회를 열고 그동안의 시범운영 결과를 검토, 이같은 방침을 세웠다.
전국의 평준화지역 인문고교는 이에 따라 영어·수학·국어·과학 등 학력차가 심한 과목 중 학교실정을 고려해 학급별 학생의 해당과목 성적을 상·중·하 집단 또는 상·하 집단으로 구분, 3개 반 또는 2개 반을 다시 능력별로 재편성하고 상·중·하 담당교사가 돌아가면서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수업을 하게된다. 따라서 학생들은 지금까지의 「학급별 수업」에서「교과별 이동수업」으로 바꿔지게 된다.
문교부는 이같은 수업운영으로 내신성적에 반영되는 평가가 어느 특정집단의 수준에 편중되는 불공평을 해소하기 위해 상·중·하 집단 담당교사가 협의, 출제에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하위집단의 특히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충수업을 실시하도록 했다.
문교부는 이같은 수업운영에 따라 ▲학급별 학생간의 학력차가 좁혀져 학교별 경쟁입시를 치르고 입학했을 때와 비슷한 동질집단에 가까와지고 ▲학생의 능력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있게 돼 상위집단 학생의 학습의욕이 높아지게 되며 ▲하위집단은 적정수준의 수업을 받게돼 학습에 흥미를 갖고 소외감으로 빚어지는 비행 등 생활지도상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9년이후 실시해온 고교평준화시책은 지원에 관계없이 학교별로 학생을 배정, 학생간의 능력차가 심해 이질집단을 형성함으로써 교사가 수업수준을 상위그룹에 맞추면 하위그룹이 따라오지 못해 소외되고 하위그룹을 대상으로 하면 상위그룹이 수업에 흥미를 잃게돼 전체적으로 학력이 낮아지는 하향평준화를 빚어왔다. 이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고교에서는 하위집단을 아예 제쳐놓고 상위집단 위주의 변칙수업을 실시하거나 우열반을 고정편성, 열(열)반 학생이 학업을 포기, 자포자기에 빠지고 비행을 저지르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평준화 시책에 따라 추첨배정이 실시되고있는 지역은 현재 서울을 비롯, 20개 도시로 인문계고교는 3백52개교이며 학생은 64만3천여명으로 전체 인문계고교의 64%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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