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건축비’ 경북형 생활한옥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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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북도가 한옥 활성화를 위해 만든 ‘경북형 생활한옥’의 ‘ㄱ’ ‘ㄷ’ ‘ㅁ’ 형 설계도.

정년을 앞둔 김모(55·대구 범어동)씨는 100년 넘게 비워둔 고향 안동의 한옥을 수리하기 위해 견적을 내다가 깜짝 놀랐다. 오래 된 기와를 갈고 난방시설과 주방 정도를 새로 설치하는 데 수리비가 3.3㎡(1평)에 1000만원 가까이 나왔다. 주변에선 허물고 훨씬 저렴한 전원주택을 지으라고 권하지만 그래도 한옥을 보존하고 싶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씨처럼 자연 친화적인 한옥을 수리하거나 짓고 싶어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한옥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한옥센터가 지난해 한옥 희망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8%가 “한옥을 직접 짓고 싶다”고 답했다. 한옥 등 건축자산에 관한 법률도 제정돼 내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비싼 건축비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가 한옥 활성화에 뛰어들었다. 건축비를 현재보다 크게 낮추는 방법을 도입하면서다.

 경북도는 최근 한옥 활성화의 1단계 조치로 환경 친화적이면서도 전통문화가 배어 있는 ‘경북형 생활한옥 모델’을 개발해 발표했다. 지역의 우수한 한옥 문화재를 토대로 경북건축사협회 등과 공동으로 4가지 형태의 생활한옥 모델을 만들었다. 유형은 ‘ㄱ’ ‘ㄷ’ ‘ㅁ’ ‘ㅁ 확장형’ 등 4종류다. ‘ㄱ’자형은 실제로 17세기 이 지역의 대표적 건물인 경주 양동의 수졸당을, ‘ㄷ’자형은 예천의 석문종택, ‘ㅁ’자형은 상주 양진당을 토대로 그렸다. 전통에 바탕을 둔 경북형 한옥을 브랜드로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생활한옥의 기본 형태는 이들 건물을 바탕으로 하되 방 하나의 크기는 널찍하게 하고, 마당을 통하지 않고 내부 통로를 이용해 다른 방으로 이동할 수 있는 등 편의성을 살렸다. 현대식 욕실과 주방, 방범시스템도 도입한다.

 한옥 보급의 걸림돌인 건축비는 3.3㎡당 1100만∼1200만원에서 600만∼700만원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전원주택은 평균 600만원이 들어간다. 이성규 경북도 건축디자인과장은 “내년 말까지 평형별 한옥 표준설계도를 다시 만들어 이에 맞게 기둥이나 서까래의 굵기를 규격화하고, 대량 자재 공급에서도 수공 대신 기계로 대체하는 방법 등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목과 집성목을 혼용해 자재비를 절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북도는 제재소와 벽체·기와 등 한옥 건축 관련업체를 시·군별로 묶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경북도는 관련 업체 파악이 끝나는 대로 한옥을 지으려는 사람들에게 설계·시공 관련 인력과 자재 구입, 유지 관리까지 종합 정보를 제공하는 지원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내년 중 한옥 건축 활성화를 뒷받침할 조례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조례가 만들어질 경우 한옥 건립에 도비와 시·군비를 일부 지원하게 된다. 한옥 보급을 위해 도청이 이전하는 신도시에 700호 규모의 한옥촌을 조성하고 잠정 한옥 8만9000채도 전수 조사할 예정이다. 이는 건축물대장의 목조 건축물 총 19만4000여 채의 46.2%에 해당한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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