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지원단체 北 방문…사스로 2~3주씩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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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가 북한 내에 전염되는 것을 우려해 대북 지원단체의 방북(訪北) 및 민간행사를 잇따라 연기.취소하는 바람에 당분간 남북 교류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대북 지원단체의 방북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데다, 금강산 관광과 5.1절 마라톤 행사도 취소했다. 사스의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6.15 공동선언 3주년 행사들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지난달 22일 방북하려다 서울로 돌아온 한 인사는 "중국 베이징(北京)주재 북한대사관 직원이 '방북이 연기됐지만 사업상 반드시 방북해야 한다면 평안남도 안주시에서 열흘간 체류한 뒤 평양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10일간은 사스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간으로, 감염되지 않았으면 평양으로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인사는 "10일간 안주시에서 체류하고 나흘 정도 평양에서 사업 얘기를 하려면 보름 동안 북한에 머물러야 되는데 장기간 체류할 수 없어 그냥 돌아왔다"고 말했다.

사스 확산이 심한 중국을 피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방북하려던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사들도 방북을 포기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이 같은 북한의 조치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입북 허가에 보건성도 관여하라는 지시를 내린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국가안전보위부 등의 승인만 받으면 방북할 수 있었다.

북한에 정통한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의약품 부족으로 기초 질병마저 진료가 어려운 북한으로서는 사스가 들어오면 대책이 없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북 지원단체들은 2~3주를 기다려 본 뒤 방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강영식 사무국장은 "금강산 관광이 조만간 재개되면 금강산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나 사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도 사스 방지를 위한 예방사업을 자체적으로 벌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9일 "사스 발생 국가와 그 지역에 대한 출장과 여행들을 제한시켰으며 사스 발생 국가와 그 나라를 거쳐 온 사람들은 열흘간 격리하고 의학적 감시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도 지난달 27일 "의사들은 구역 내 주민들에게 사스의 증상과 그 전염경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사스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방송했다.
고수석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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