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TV토론 중계>

중앙일보

입력

▲김영희 = 부시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어떤 안을 준비하고 있나. 부시 대통령은 아직도 노 대통령을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니라 시장경제에 기반한 사회적 자유주의자로 보고 있다. 어떤 이념상의 좌표로 부시 대통령과 대화할 것인가.

▲노 대통령 = 얼마전 칠레 대통령이 와서 7월 유럽에서 열리는 진보지도자모임에 참석할 것을 제안했고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와 가까운 분이 와서 블레어 총리의 같은 제안을 전해줬다.

블레어 총리는 부시 대통령과 아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가고 있다. 지금 우리의 정책이 블레어나 슈뢰더 독일 총리보다 더 왼쪽으로 가있지 않다. 좌우의 구분은 정치에서 별로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아니 클린턴 전 미대통령도 한때 진보그룹에 있었다.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제가 선거 등에서 정치적으로 공격받았던 게 증폭된게 있고 미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 등으로 오해가 있었지만 그런 오해는 해소된 것으로 안다.

▲사회자 = 주한미군 재배치에 대한 입장은.

▲노 대통령 = 국민에게 한국군의 자주국방 역량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받고 있다. 실제 국군이 만만치 않다고 말하고 싶다. 주한미군 재배치나 일부 축소문제같은 것은 한미관계에서 비롯된게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과 동북아 군사전략에 의해 진행되고 제기되는 것이다. 한국 군사전문가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국이 없으면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국민의 인식이 정치적으로 문제가 돼있는 것이다. 일부에서 이를 의도적으로 크게 이용해 더 큰 문제가 돼버린 것이다. 지난번 경선할 때 주한미군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받았다. `주한미군이 없으면 다 죽는다'는 식이다. 실제 그렇지 않다.

▲김영희 = 앞으로 한미관계가 진행되면 군축협상까지 들어갈 것이다. 주한미군 2사단은 인계철선으로 우리로선 중요한 협상카드가 될텐데 벌써부터 후방 배치한다거나 감축한다고 하면, 나중에 잘 쓸 수 있는 협상카드를 포기하는 결과가 된다.

▲노 대통령 = 백번 옳다. 그 점에선 손발이 잘 안맞는 것이죠. 그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화하겠다.

▲고유환 = 남북간에 군사관련 대화가 없다. 이유는 한국의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갖고있기 때문에 군사문제는 미국과 논의하겠다는게 북측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계획이 있나.

▲노 대통령 = 군사작전 통제권이야말로 자주국방의 핵심요소다. 그것을 포함해 우리의 자주국방태세 5개년 계획같은 것을 국방부에 제출하라고 지시해놨다.

다만 이 문제를 크게 내걸지않는 이유는 자칫 자주국방이라는 것을 내놓으면 주한미군이 앞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인데도, 지금과는 다른 변화를 전제할 때 반미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자주국방면에서 준비해 나가고 있다.

▲사회자 = 친미 자주노선인가.

▲노 대통령 = 그런 말 한 적 있다. 친미자주도 있을 수 있다. 우호적 관계를 가지면서 자주적 국가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 자주만 말하면 반미주의자로 얘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회자 = 친미라는 말에 굴욕적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노 대통령 = 역사적으로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겠죠. 사실보다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고 너무 크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비판적이든,친미적이든 간에 미국의 존재를 너무 확대해 크게 보는데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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