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1월 11일 오전 11시 6·25 희생 유엔군 추모 묵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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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007년 캐나다인 6·25전쟁 참전용사인 반스 커트니는 참전 21개국(전투병 파병 16개국, 의료 지원 5개국)에 의미심장한 제안을 했다.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역이 있는 부산유엔기념공원(옛 유엔묘지)을 향해 1분간 묵념하자는 내용이었다. 4만896명에 이르는 유엔군 전사자의 넋을 위로하고 연인원 175만4000명에 달하는 참전용사의 노고를 기억하자는 취지였다. 전사자가 최고 1만1000명이 묻혀 있었고 지금도 2300명이 영면 중인 이곳은 유엔군 희생의 상징으로 손색이 없다.

 사실 11월 11일 오전 11시는 딱 100년 전에 터졌던 제1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시점이다.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는 매년 이때 현충일 행사를 연다. 5월 마지막 월요일을 현충일(메모리얼데이)로 삼고 있는 미국은 이날을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로 정해 전쟁에 참전했거나 군 복무를 했던 모든 사람을 기린다.

 커트니의 제안은 받아들여져 2007년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이라는 이름으로 영연방 4개국을 중심으로 처음 열렸다. 이듬해 보훈처가 정부 행사로 격상했다. 특히 올해는 부산유엔평화기념관 개관을 맞아 참전 21개국의 참전협회 회원을 초청한다. 이 뜻깊은 행사를 맞아 올해는 보다 많은 한국인이 묵념에 동참해 유엔군의 희생과 노고를 기려야겠다. 역사의 교훈을 되살리고 우리를 도왔던 사람을 잊지 않는 것은 한국이 더욱 명예로운 나라가 되는 길이기도 하다.

 아쉬운 일은 이 행사가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은 젊은이들 사이에선 1자 모양의 과자를 주고받는 날로 더 유명하다. 보훈처는 자라나는 세대를 포함해 더욱 많은 사람이 행사의 존재와 의미를 알고 묵념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 이 행사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유엔 평화유지활동을 격려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한 단계 격상하는 노력도 정부 차원에서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