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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였던 양조장의 화려한 변신, 하리하우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하리하우스는 부부가 두 자녀를 위해 충북 단양에 만든 가족 놀이터다. 양조장이었던 이 건물은 ‘작은 학교 이야기’란 간판을 달고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아이들의 친구가 되었다.

콩이 터지며 초록 속살을 드러내는 계절. 하리하우스의 가족들이 갓 딴 호두를 데크 한 켠에 널고 있다.

하루 전 서울을 뒤로 하고 이 곳 충북 단양으로 내려와 여장을 풀기도 전에 뒷마당 호두 털기에 나섰던 것이다. 오후 내내 나무에 올라 여문 가지를 흔든 부부와 겹겹이 싼 열매 속에 호두 알을 꺼낸 아이들.

수확의 기쁨을 한껏 누리며 가을을 맞는 가족의 모습에서 하리하우스는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중이다. 부부는 “애초에 자녀들을 위해 마련한 자연 체험장이지만, 지금은 우리가 얻는 바가 더 크다”며 전원생활에 새로운 애착을 보인다.

재활용의 가치는 집에도 해당된다

하리하우스는 본디 마을의 이름인 ‘하리’를 그대로를 딴 것이다. 부제로 단 ‘작은 학교 이야기’는 아내 최씨가 아끼는 책의 제목으로, 사랑을 깨우치는 실천적 교육 사례를 내용으로 삼고 있다. 두 개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어울린 집은 원래 10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양조장 건물이었다.

최씨는 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자연에 길들여졌으면 하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 여러 가족이 함께 만드는 ‘작은 학교’를 짓기 위해서는 기존 주택의 면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터.

때마침, 고향땅의 셋째 오빠는 그녀의 속사정을 알고 양조장 건물을 추천해 주었다. 충북 단양군 덕선면 하리. 그녀가 나고 자란 마을에 폐허가 된 시멘트 건물이 꿈을 담을 보따리로 낙점되었다.

“작은 학교는 사회의 기본 구성인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아이들이 가정을 통해서 서로를 존중하고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배우길 원했어요. 집 역시 재활용과 순환의 취지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리모델링은 큰 의의를 갖지요.”

담장을 허물고 마을의 인심 얻기

양조장은 1973년도에 지어진 건물이다. 슬래브 형식의 시멘트 벽돌을 쌓은 공법으로, 1층은 막걸리 제조시설과 사무실, 2층은 가정집으로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구입 당시 건물은 10년 동안 비워져 있었고, 마을 주민이 간간이 농사에 필요한 부속 창고로 활용할 뿐, 거의 폐허 수준이었다.

철제 파이프 난간과 페인트 미장 부분, 창호 등은 방치된 지 너무 오래되어 재활용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대신 철거를 하면서 폐기물을 철저하게 분리 수거해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쓸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건축물의 낡은 양조시설인 조적 굴뚝을 해체하고 안전에 문제가 있는 철제 난간을 우선 철거했다. 주변의 창고 시설과 덧집으로 지은 보일러실도 없애 버렸다. 2층 내부는 보일러배관 및 합판 마루바닥을 뜯어내는 정도로 이루어졌고, 건축물의 하중에 영향을 주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걷어냈다. 무엇보다 과감한 결심을 한 건 담장을 허문 일이다.

집 옆 개울가에 시멘트 블록을 쌓아 만든 담장은 마을과의 단절을 꾀하는 듯 흉물스럽게 자리하고 있던 것이다. 최씨는 담장을 버리는 대신, 아이들의 새로운 놀이터를 선물 받았다. 또한, 외부 화장실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나니 마을 사람들의 인심까지 얻는 결과를 낳았다.

다행히 철근 슬래브 및 내력벽 역할을 하는 내부 벽체는 애초에 튼튼하게 지어져 있어서 별다른 보수가 필요없이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었다.

만전을 기해야 할 방수와 단열 문제

철거 후 어느 선까지 리모델링을 할 것인가 논의가 계속 되었다. 가족의 주말농장이자 추후 작은 학교로 운영될 것이기에 시간차를 두고 계획을 세워야 했다. 우선 2층의 주거 공간 개조가 시급했다. 1, 2층 외관 공사와 함께 2층 내부 리모델링 공사가 곧바로 이어졌다.

가장 중요한 작업은 방수 처리. 1층과 2층의 슬래브 지붕에 100㎜ 정도의 방수콘크리트 레미콘을 타설해 누수를 차단했다. 기존 슬래브 옥상 전체에 데크를 설치할 의도였기 때문에 신중하게 작업해야 했다. 단열 또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다.

70년대 초반에 지어진 건물이었기에 얇은 스티로폼과 시멘트 미장만이 단열을 책임지는 전부였다. 결국 각 층 외벽에 퇴색된 시멘트를 걷어내고 각재 장선을 설치, 50㎜ 스티로폼과 방습포(타이백)을 두르고 시멘트사이딩으로 마감했다.

비교적 비용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은 시멘트사이딩은 은은한 나무 무늬결 위에 연한 살구빛을 띠고 있다. 2층 내부로는 50㎜ 스티로폼과 석고보드 시공으로 단열을 보강해 안락한 주거 공간을 만들어 냈다.

가족이 직접 참여한 내부 마감 작업

거주 공간은 목수와 가족들이 함께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나무향을 즐기기 위해 향목루버로 내장재를 삼고, 방은 황토로 마감했다. 주말이면 틈틈이 일손을 도왔던 가족들이 황토 바르기에 직접 뛰어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황토벽을 꾸몄던 시간은 집에 대한 애정을 한층 높이는 기회였어요. 남편도 직접 타일 붙이는 작업을 배워서 다용도실 내부 등은 혼자 힘으로 꾸며냈어요. 웬만한 전문가 솜씨를 능가한다고 목수 분들에게 칭찬까지 받았지요.”

최씨는 직접 집짓기에 참여한 보람도 얻은 데다 황토방 덕분에 아이들의 아토피까지 없어졌다며 만족해했다.

마당에는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작은 공간이 있다. 마치 방갈로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사실 외부의 재래식 화장실이다. 주말 농장의 상징이기도 한 화장실은 철거 대신 로그사이딩와 웨스턴식 여닫이문으로 한껏 변신한 모습이다. 옥상의 데크 역시 하리하우스의 자랑이다.

운동장을 방불케 하는 면적으로 아이들의 외부 활동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공간이다. 남매는 집 안에 있는 시간보다 데크 위를 노닐거나 마당의 텃밭과 나무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져 버렸다.

1층 내부 공사는 후일로 기약하고 있다. 경비 문제도 있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을 위해 부부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음악실, 도서실, 미술실 등 작은 학교의 공간들을 마음속에 먼저 구상하는 중이다.

조인스 랜드· 월간 전원속의 내집 (취재 이세정,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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