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부동산 정책은 '시장 떠보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여권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 떠보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주 한 차례 당정회의를 열어 주요 정책을 한두 가지씩 발표한 뒤 시장.여론의 반응을 살피는 방식이다. 발표 뒤에는 여당 지도부가 직접 기자간담회.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완급 조절과 보충설명에 나선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6일 '제1차 부동산 정책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부동산 실거래가 파악 등 거래투명화 ▶세제 보완을 통한 투기이익 환수 ▶중대형 아파트 공급 확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부문 역할 확대라는 4대 원칙을 정했다. 당정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중대형 아파트 공급 확대에는 강남.분당.판교 등지도 포함된다"고까지 밝혔다.

다음날 언론은 일제히 '강남.분당.판교에 중대형 아파트 공급 확대'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가 즉각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나섰다. "당정은 중대형 아파트뿐 아니라 서민 주거안정에도 대단히 관심이 많다"고 했다. "투기꾼들에게 징벌적 느낌이 들 정도로 (세제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정책의 '농도' 조절에 나선 셈이다.

13일 열린 2차 회의에선 ▶보유세 증가율 상한선 대폭 상향조정 또는 폐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 확대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등의 방침이 결정됐다. 하루 뒤인 14일엔 원혜영 정책위의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가 고급주택에 대해 종부세 인상 상한선을 폐지하거나 확대하자는 취지"라고 보충설명에 나섰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이 같은 '찔끔 발표' 방식에 대해 "여론 떠보기 측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말로 예정된 종합대책 발표 때 한번에 터뜨리는 것에 비해 이 같은 방식이 시장을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고 털어놨다.

당정의 예상대로 시장은 일단 긴장하는 모양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호가 상승세가 멈춘 것은 물론 서울 잠실.개포동 등지에서는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간 시장의 반응을 살피지 않고 폭탄선언식으로 내놓은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