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송구… 전화위복되게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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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두환 대통령은 4일 『대다수 국민들이 성실 근면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이 때 어음사건이라는 불미로운 일이 일어나 정부책임자로서 국민들에게 비통하고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평통자문회의 의장인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평통자문회의 창설l주년을 맞아 청와대 녹지원에서 자문위원 등 3백여명과 만찬을 나누며 즉석 연설을 통해 『권력을 빙자한 이러한 사기사건이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은 권력이면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증거』라고 말하고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좌절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그러한 사건들의 재발과 대형화를 방치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연설요지.
『대다수 국민들이 성실 근면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이 때 어음사건이라는 뷸미로운 일이 일어나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정부의 책임자로서 국민들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금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은 정의사회구현과 의식개혁운동의 필요성을 오히려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좌절하거나 중단한다는 것은 그러한 사건들의 재발과 대형화롤 방치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돌이켜보면 권력을 빙자한 이러한 사기사건이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은 권력이면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증거다.
그러한 사건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대통령의 가까운 인척이라도 법 앞에는 오히려 더욱 준열한 심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밝아져서 어두움을 용납치 못한다는 긍정적인 증거도 되는 것이다.
같은 일도 이를 처리하는데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이슬을 먹고도 뱀은 독을 만들고 벌은 꿀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장 사기사건의 경우도 우리가 이를 국론분열과 국민불신감 확산의 방향으로 방치한다면 우리가 이 사건에서 얻은 피해를 더욱더 확산하는 것이 될 뿐이다. 이를 우리의 현 위치를 되돌아보고 민주복지사회 건설을 위한 우리의 각오와 전열을 재정비하는 새 출발의 기회로 삼는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수많은 자본과 노력을 들여 만든 거대한 빌딩도 한 개비의 성냥불로 잿더미가 될 수 있으며 수년동안 국민 모두가 노력하여 쌓아온 화합과 신뢰의 바탕도 한 마디의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인하여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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