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심판에 넘겨진「어음사기」|관련자 29명 형사합의 11부서 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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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어음사기사건은 검찰이 수사착수 36일만에 관련자 29명을 모두 기소함으로써 이제 수사는 막을 내리고 법원의 심판만을 기다리게 됐다.
관련자 29명 중 유일하게 불구속 기소된 서향련씨(59·여)는 미국에서 이들 부부가 40만 달러를 환치기 하도록 도와준 문왕산씨(재미교포) 의 어머니. 검찰은 40만 달러를 모두 회수했고 서씨의 협조로 수사의 진전이 많았기 때문에 불구속 처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자 29명을 모두 함께 기소한 것은 이 사건전체를 한 건으로 묶어 처리하려는 검찰의 「의도」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사건을 피의자별로 나누어 기소할 경우 재판부가 여러 개의 사건으로 나누어 구성돼야 한다.
이럴 경우 이·장 부부를 비롯한 관련피고인들과 검찰이 재판부마다 출정해야 하는「소송경제상의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에 이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어서 피고인들이 이곳저곳에서 진술할 기회가 많아지면 언제 어디서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몰라 검찰로서는 도움이 될게 없다는「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저질 연탄 사건 때는 합의사건에 해당되는 동자부 석탄국장 윤석구씨(특가법)와 단독사건인 연탄업자들을 별도로 기소해 재판을 나누어 받게 했었다.
법원조직법 상 합의사건 해당 피고인은 29명의 피고인 중 김수철씨(53·장 여인 첫 남편)의 특가법(탈세)위반부분만이 해당되고 나머지는 모두 단독사건이지만 한 건으로 묶여져 하나의 합의재판부 (서울형사지법 합의11부) 에서 심리하게 됐다.
재판과정에서의 쟁점은 이·장 부부의 사기죄 기수 (기수) 시기, 이규광 씨의 알선수재 죄 성립여부, 은행장과 지점장, 그리고 기업간부들의 업무상 배임문제 등이다.
즉 이들 부부의 어음사기가 지난해 2월부터였다 하지만 실제 사기의사를 갖고 어음유통을 한 시기가 언제인가에 따라 사기액수 등의 차이가 날 것이고 이는 재판부의 형량참작의 요소도 될 수 있다.
또 이규광씨의 알선수재부분에 대해서는 법조계 일각에서도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어 이 또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재판에서는 현재 수배중인 사채업자·전주들이 검거될 경우 이들 부부의 새로운 사기범죄나 자금융통 과정에서의 알선·청탁 등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선임한 변호인도 허형구·김일두·문상익·임채홍·황석연·조영일·김상철 변호사 등 쟁쟁한 멤버들이어서 다른 어떤 사건보다 수준 높은 법률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또 죄명이나 죄질로 보아 은행간부·기업체간부·사채업자 등 이사건의「조연 급」들은 재판과정에서 보석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져 이에 대한 재판부의 결정도 관심거리.
벌써부터 법관들 사이에서도 골치 아픈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큰 관심거리다.

<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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