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완전 철폐 땐 제조업 일자리 5.6%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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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해 중국 소년으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베이징=박종근 기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 한국은 미국·유럽연합(EU)·중국이라는 세계 3대 경제권과의 FTA 체결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를 통해 글로벌 FTA 허브 국가가 되겠다는 정부의 구상도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될 전망이다.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된다면 경제적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 규모는 1413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6.1%를 차지했다. 미국(601억 달러)과 EU(473억 달러), 일본(338억 달러)에 대한 수출액을 모두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지난해 중국산 제품을 수입한 액수도 808억 달러로 1위였다. 한국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한·중 FTA가 최종 타결돼 발효되면 한국과 중국 두 나라는 전체 품목 수의 90%, 수입액 기준 85%에 해당하는 품목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거나 20년 이내에 사라진다. 품목 수 기준으로 90%의 자유화율은 한·미나 한·EU FTA(자유화율 99%)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중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FTA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5월 기획재정부가 한·중 FTA 협상 개시를 앞두고 내놓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 5년 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95~1.25% 늘고 10년 뒤에는 2.28~3.04%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5월 성균관대 경제학과 김성현 교수가 발표한 ‘한·중 FTA의 효과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FTA 발효 뒤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시점에 양국의 교역량은 발효 시점보다 5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5.6%, 서비스업 중 의료산업의 일자리도 13.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 교수는 “관세를 철폐하는 유예기간과 개방 수준에 따라 영향이 달라지지만 장기적으로는 한·중 FTA가 한·미 FTA보다 우리나라의 교역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중 FTA가 한·중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조급하게 타결될 경우 우리가 얻는 실익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과 FTA를 타결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충분히 협상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타결 자체에 너무 의미를 두다 보면 기대 이하의 FTA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고부가가치 산업(석유화학·철강·기계) 분야나 상대적 우위에 있는 서비스 분야에서 실익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농산품 시장을 열어야 한다는 게 한국으로선 부담이다. 쌀시장 개방에 이어 중국 농산물까지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나온다면 국내 농업은 설 자리가 훨씬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 농민 반발을 어떻게 수습할지 정부로서도 고민이다. 벌써부터 관세 철폐 대상이 되는 중국 농수산물 수입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농토가 넓고 우리가 FTA를 맺은 나라 중 거리가 가장 가까워 물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중국에서 들여온 농식품은 57억4000만 달러어치에 이른다. 수출액(13억1800만 달러)의 네 배를 넘는다. 한국 협상 대표단이 관세 철폐 대상 농수산물 품목을 최소화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개방 품목에 대해선 세균·농약 검사를 강화해 사실상의 수입 장벽을 높이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산에 대응하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친환경·고품질 농수산물과 식품을 생산해야 한다. 국내산 분유의 중국 수출이 2009년 470만 달러에서 지난해 5640만 달러로 늘어난 것도 품질 경쟁력이 뒷받침된 대표적 사례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을 겪은 중국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한국산 분유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명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식품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해 신품종 개발과 품질 고급화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 농어가 규모를 키워 생산비를 줄이는 방안도 함께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원배·최선욱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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