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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게 살려고 달린다” 78세 최고령 4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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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936년생(78세) 동갑내기로 대회 최고령 참가자인 박종언·민평식·김동걸·양갑수씨(왼쪽부터). [김형수·김경빈·강정현 기자]

“He can do, She can do, Why not me?”

 백발의 마라토너 김동걸(78) 씨는 이렇게 외치며 중앙서울마라톤에 도전했다. 1936년생 동갑내기 민평식·박종언·양갑수 씨도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로 꼽힌다. 마라톤판 ‘꽃보다 할배’들이다.

 공무원 출신 김씨는 “책에서 ‘그도 하고, 그녀도 하는데, 왜 나라고 못하겠어?’란 글귀를 읽었다”며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가장 이른 때라고 생각해 73세에 마라톤에 입문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병상에 누워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보다 쓰러지는 날까지 달리는 게 더 영광스럽지 않을까”라고 소신을 밝혔다.

 월남전에 참전했다 대령으로 전역한 민씨는 “제대 후 하늘만 바라보며 무의미하게 살았다. 69세 때 우연히 마라토너를 쫓아 뛰어보니 해볼 만해서 입문했다”고 말했다. 민씨는 “처음에는 ‘죽을려고 환장했냐’고 만류하던 아내가 요즘은 ‘건강검진비도 안들고 좋다’며 응원해준다”고 말했다.

 양씨는 풀코스를 40회 이상 뛴 베테랑이다. 서른살에 전남 대표로 전국체전에서 8위를 했고, 68세에 3시간 9분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양씨는 “요즘 노노족(영어 ‘NO’와 늙을 ‘노(老)’를 합성한 신조어)이란 말도 있던데, 나도 늙었지만 젊게 사는 노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공무원 출신 박씨는 2008년 보스턴 마라톤에도 참가했다. 박 씨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3D 업종을 기피하는 것처럼 힘든 마라톤도 기피한다”며 “마라톤은 우리 인생과 닮았다. 42.195㎞ 동안 자신과 싸움을 하면서 희노애락을 경험한다. 마라톤을 하면서 ‘인생을 어떻게 멋지게 완주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건 어떨까”라며 마라톤 예찬론을 폈다.

민씨는 이날 4시간04분00초, 박씨는 5시간19분07초, 김씨는 5시간30분00초에 풀코스를 완주했다. 양씨는 레이스를 중도 포기했지만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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