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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서울마라톤 휠체어 1위 홍석만

중앙일보

입력

 
"중앙서울마라톤 남자 휠체어 선두가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4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서울종합운동장 주경기장 트랙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맨 처음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한국의 홍석만(39·1시간33분59초)은 2위를 달리던 스페인 라파엘 보텔로 히메네즈(34·1시간34분01초)를 가까스로 따돌리고 1위로 골인 지점을 통과했다. 두 선수의 기록은 2초 차였다.

홍석만은 한국 장애인 육상의 간판이다. 지난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에선 100·200m금메달을 땄고,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선 400m 우승자다. 1999년 국가대표가 된 이래 100m 단거리부터 5000m미터 중장거리까지 휠체어 트랙 T53등급(장애 정도에 따라 나눈 등급) 전종목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왔다.

4위까지 기록 차가 7초에 불과할만큼 치열한 승부을 펼친 끝에 1위를 차지한 그는 "트랙에 들어오면 자신이 있었다. 이번 대회 코스에 오르막이 많았지만,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여름내 인터벌(체력)훈련에 매진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대회 전 강력한 우승후보는 아니었다. 마라톤은 주종목이 아니었고, 최고 기록(1분27분04초)은 참가자 중 8번째였다. 지난 달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이어 불과 이틀 전까지 전국체전을 치른 탓에 피로도 누적돼 있었다. 홍석만은 "이번 대회 완주를 염두하면서 전국체전에선 컨디션 조절에 초점을 맞췄다"며 "우승 후보들이 레이스 초반 눈치 싸움을 하면서 속도를 내지않아 나에게 기회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3살 때 척추성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대학 2년 때 처음 출전한 휠체어 마라톤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육상 선수의 길을 걸었다. 홍석만은 "마라톤은 너무 힘들지만 재밌는 종목이다. 그래도 아직은 트랙 종목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내년 열리는 세계선수권과 2016년 리우 패럴림픽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원배 기자 rasp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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