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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스타지망생 홍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뉴욕 근교 중산층 주택가에 위치한 루이스콜 공립중학교에서 2백여 전교생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다. 읍의회 의원이나 주의회 의원을 희망한 학생은 몇명 있었으나 장차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대답한 학생은 단 1명도 없었다.
그 보다는 우편배달원·경찰관·의용소방관·교사·간호원·목수·자동차수리공·세탁소나 가게주인 같은 생활주변의 평범하고 봉사적인 시민이 되겠다는 대답이 반이상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의 목적이 상식을 가진 건전한 시민이 되도록 돕는데 있다면 미국의 시민교육은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직업에 대한 긍지와 상식을 가진 시민이란 곧 그 사회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학생의 반 점도는 전문적인 직업인이 되기를 원하고있다. 의사·엔지니어·변호사·언론인·은행가·사업가 등 전문직종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일부는 또 다른 프로가 되기를 원했다. 특히 야구·미식축구·자동차경주·수영·아이스하키 같은 인기스프츠의 프로선수, 또는 패션모델·배우·가수·댄서 등 대중의 영웅, 곧 스타가 되고자하는 학생들도 많다.
어느 어린이라도 장차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부모들은 그걸 확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 자식이 스타가 되지 말란 법이 있느냐』는 데는 아주 강경하다. 스포츠이건 대중문화이건 간에 이웃으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전국적인 명성을 얻는다면 곧 스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스타도 무수하고 스타지망생도 무수하다.
스타가 된다는 것은 미국 같은 불평등사회에서 계층간의 장벽을 뛰어넘는 한 지름길이다. 미국을 사실상 지배하는 소수의 인사이더와 따라가는 다수의 아웃사이더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대중적인 명성과 돈을 갖는다는 것은 나를 다른 사람과는 뭔가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토큰이다.
많은 미국사람들은 자신이 『독특한 나』(a unique I)이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1억2천만명이 넘는 중류층 미국인들은 그들의 성취도나 생활환경, 그리고 생활의 질면에서 거의 비슷하다. 도시 근교의 중산층 커뮤니티는 점차 만원상태가 돼가고 이웃과 내가 별다름이 없다는데 일종의 염즘을 느낀다.
그래서 뭔가 다르다는 것은 선망의 대상이 되고 당사자는 프라이드를 느낀다. 뉴저지주 노드버겐군의 고급주택촌 리지우드에서 살고있는 교포 H씨는 7천달러까리 일제 4기통 소형차를 가지고 있다. 동네 어린이들은 고급캐딜랙보다도 일제 소형차를 더 부러워한다. 값으로 따지기보다 자기 집에 없는 외국제 자동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제선호현상은 미국이나 한국이 다를 바가 없다. 유럽이나 일본의 질 좋은 상품은 말할 것 없고, 개발도상국의 상품까지도 수입품이라는데 매력이 있다.
그런 심리의 저변에는 다른 사람이 갖지 않은 것을 가진다, 또는 뭔가 다르게 보여야겠다는 미국식 개인주의가 깔려있다.
미국에서는 스타란 마치 지상의 신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
수년 전에 죽은 「엘비스·프레슬리」나 「마릴린·먼로」가 아직까지도 인기를 누리고, 어린이들에겐 「조·디마지오」같은 야구선수가 영웅으로 받아들여진다.
쇼 비즈니스로 대표되는 미국의 대중문화는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환상의 산물이다.
로큰롤 컨트리뮤직 디스코는 미국인들의 독창품이자 스타지향성향이 만들어낸 작품이랄 수 있다.
뉴옥 필하모닉·제프리발레단·뉴욕현대미술관 등 유럽 취향의 고급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엄격하게는 미국적인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꿈꾸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격렬한 경쟁이 있는 스프츠나 쇼비즈니스와 같은 대중문화다.
겨우 2백여년의 역사를 가진 이민의 나라 미국에서 국민들이 일체감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미국식 대중문화뿐이다.
바로 이 점이 숱한 스타가 명멸하는 바탕이다. 따라서 너도 나도 스타가 되고자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돈과 명성을 얻으려한다.
특히 인구의 11·7%를 차지하는 흑인들에게는 「검은 스타」가 빈곤으로부터의 탈출, 인종적 멸시에서의 해방, 나아가 자신의 재발견을 위한 위대한 지표가 되고있다. 「무하마드·알리」와 「슈거·레이·레너드」같은 권투선수, 「새미·데이비스」와 「다이애너·로스」같은 대중가수들은 많은 흑인들에게 『블랙 이즈 뷰티풀』을 실감케 한다.
유명한 「할렐루야·할리우드·쇼」와 「리도·쇼」 흥행주 「돈·아든」씨는 요즘도 1주일에 2백명 이상의 스타지망생들을 오디션하고 있다. 가수나 무용수로서의 재능이나 소질이 별로 없어도 스타가 되겠다는 열망만큼은 남못지 않은 젊은이들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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