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통상장관 직접 나서 ‘FTA 담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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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중국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장이 6일부터 베이징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14차 협상을 시작했다. 양국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핵심 쟁점을 담판 짓기 위해서다. 여태까지는 차관보급이 수석대표로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2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통상장관이 직접 협상 대표로 나선 것이다. 실무급에서 하기 어려운 정무적 판단을 통해 협상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양측은 9일까지 협상을 계속해 10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FTA 협상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윤 장관과 가오 부장은 이날 저녁 중국 상무부 청사에서 한 시간가량 단독 회담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는 “간단한 인사만 나눈 뒤 곧바로 공식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이 자리에서 쟁점에 대한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졌다”며 “양측 이견을 한꺼번에 해소하는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오 부장은 “가급적 빨리 협상을 타결 짓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그간 어려움이 많았던 상품·서비스와 비관세 장벽 분야에 지혜로운 돌파구를 찾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두 장관은 공식 협상이 끝난 뒤에도 만찬을 함께하며 대화를 계속했다.

 중국은 11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에 FTA 타결 선언을 원한다는 뜻을 한국 협상단에 줄곧 전해왔다. 한국도 이에 공감하고 장관급 협상을 제안했다. 양국 정상의 의지가 강한 점도 APEC 기간 타결에 힘을 실어준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월 정상회담에서 FTA 연내 타결 노력에 합의했다.

 아직 견해차는 남아 있다. 가장 이견이 큰 분야는 농수산물이다. 한국은 주요 농수산물 1230여 개 품목을 관세 철폐 제외 대상인 초민감품목에 넣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중국은 협상 막판까지 “제외 대상이 너무 많다”며 개방 확대를 주장한다. 제조업에서는 입장이 뒤바뀐다. 한국은 중국에 수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제품(석유화학·철강·기계)에 대한 관세를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 한국보다 산업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조기 개방이 어렵다”며 “FTA 발효 뒤 10∼20년 사이에 관세를 없애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 10년 이내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협상 관계자는 “농산물을 추가 개방하지 않는 대신 중국이 원하는 다른 분야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뜻을 중국에 전달했다” 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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