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 도서정가제, ‘제2의 단통법’ 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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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는 21일부터 신·구간 도서를 가리지 않고 최대 할인율을 15%로 정한 새 도서정가제가 시행된다. 인터넷·대형 서점으로부터 영세 서점을 보호하고 할인을 전제로 매겨진 책값의 거품을 빼자는 취지다.

 하지만 제도 도입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시장질서 교란은 이 제도가 과연 의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현재 일부 대형 서점들은 제 살 깎아 먹기 할인경쟁을 하고 있다. 반값은 기본이고 최대 90%까지 떨이로 책을 팔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새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 한동안 책 소비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불경기로 위축된 시장이 이 때문에 더욱 정체되면 출판업자들은 잘 팔릴 책만 내놓을 것이고 이에 따라 문화적 다양성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원래 도서정가제는 소비자의 가격선택권을 제약하고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제도다. 하지만 영세상인 보호 등 다른 공익적 목적을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제조자·유통업자 모두가 불만을 제기하는 ‘제2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새 도서정가제 실시가 공익을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규제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공익적인 효과를 최대한 거둘 수 있도록 대비책을 더욱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초등 학습참고서에 대한 도서정가제 신규 적용이 학부모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별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공공도서관에 납품되는 책에 대해서도 도서정가제를 새로 적용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줄일 방안도 필요하다. 구입하는 책의 종류나 수량이 현저하게 줄어 결국 대중에 대한 서비스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처 방안을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제도의 부작용을 조사하는 옴부즈맨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소비자 편익을 최우선시하는 정부의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