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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파동」 임시국회, 가끔 돌풍 불지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는 28일부터 열리는 제113회 임시국회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짧은 회기지만 장 여인 사건을 정치적으로 마무리짓는 성격의 국회라는 점에서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의혹·파문 등이 이번 국회에서 숙도적으로 반영되고 그에 따른 정치적 파고도 상당히 높을 것 같다.
우선 무엇보다 이번 국회과정에서 장 여인 사건에 관한 새 사실이 드러날지에 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컨대 ▲장 여인이 그토록 무리한 방법으로 다급하게 거액을 사기해야만 했던 이유 ▲분명하고도 상세한 돈의 행방 등에 관해서는 야당 측이 의문의 여지가 많다고 주장하는 만큼 진상규명의 차원에서 의원과 정부간의 공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사건의 정치적 수습책으로 단행된 개각에 관해 과연 정부의 인책조치가 충분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말이 많을 것 같다. 금융관계 장관들의 유임에 야당의 화살이 몰릴것은 뻔하다.
정책적 수습책으로 정부가 제시한 경기활성화 정책도 이번 국회에서 한번 걸러야할 대상이 될듯하다. 정부의 방향이 적절한지, 활성화의 폭에는 이견이 없는지 상당한 논의가 있을 것 같다.
다루는 사안이 장 여인 사건이란 복잡 미묘한 것인 만큼 이번 국회는 소집과정에서부터 진통을 겪었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라도 국회를 열어 그때그때 짚고 넘어가겠다던 민정당은 평소 주장과는 달리 이번 국회는 소집자체부티 소극적이었다.
민정당은 장 여인 사건으로 고위층의 인척이 구속되고 내각이 대폭 경질됐으며 당직개편마저 단행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진상규명과 인책을 거론키 위한 국회소집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민한당과 국민당은 인책의 의미가 결여된 개각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만으로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의혹을 풀기에는 미흡하다는 점에서 국정조사권 발동을 위한임시국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야당은 단독소집 요구도 불사하겠다고 나왔고 민정당 역시 정치적 마무리를 위해서는 단기 국회소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민정당으로서는 예견되는 야당의 정치공세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특히 야당이 제안하게 될 국정조사권 발동을 어떤 방법으로 「조용하게」 사산 시키느냐에 원내전략의 최우선순위를 둘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민정당은 사건수사가 진행중이고 조사권 발동의 실효성이 의문스럽다는 점을 들어 야당의 제안을 표결로 부결시킨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사건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의 고유기능 발휘를 여당이 봉쇄시켰다는 대내외적인 비만을 감수해야 하는데 민정당의 고충이 있다.
국회소집을 위한 절충과정에서 이종찬 민정당 총무가 임종기 민한·이동진 국민당 총무에게『국정조사권은 한번의 안락사만으로 그쳐 달라』며 운영위에서 부결된 후 본회의 부의는 말도록 요청한 것도 이 같은 명분상의 수세를 다소나마 덜어보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국회과정을 통해 민한 등 야당은 검찰수사결과 미흡하다고 인정되는 ▲장 여인의 배후관계 ▲자금의 향방 ▲정치권력과의 연관 유무에 대해 중점적으로 추궁하고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관계장관에 대한 인책공세를 벼르고 있다.
당초 사건이 표면화 됐을 때 고작 재무위나 열어 따져보고 「금융 부조리 진상규명 소위」라도 구성해보자고 주장했던 야당으로서는 기선을 놓친 실수(?)를 파상적인 정치공세로 만회해 보려할 조짐이 없지 않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돌풍도 우려된다.
일부 야당의원 중에는 이번 기회에 지난번 국회때 한영수 의원이 기특한 「발언수위」를 확보 내지는 일보 앞질러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있는 실정.
민정당은 더 이상 사건을 확대하거나 시간을 끄는 것은 사태수습에 도움을 주지 않고 경제난국 타개에도 장애가 된다는 차원에서 사건의 조기매듭에 힘쓰고 있다.
국민의 최대관심사라고 볼 수 있는 이 사건을 국회가 어떤 차원에서 어떻게 다뤄나갈지 주목된다. <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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