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 때 하욱의 문집 발견|여류문필가 삼선당 김씨의 부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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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주=연합】조선조 영조·정조시대 전북출신 여류문필가로 독특한 서민문학 세계를 창조, 필명을 날렸던 삼선당 김씨의 부군인 하욱(호 담악당)의 문집이 새로 발견돼·삼선당의 문학특성과 함께 부부문필가의 작품세계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하욱의 문집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삼선당의 한시 20여편 외에도 똑같은 시운(시운)을 놓고 당대 최고의 문필가로 손꼽혔던 두실 심상규(1756∼l838·순조 때 영의정)와 하욱, 삼선당 김씨 등 3명의 문필가가 문장력을 겨룬 사실들이 기록돼있어 삼선당부부가 수준 높은 문인이었음을 입증해 주고있다.
이번에 발견된 담악당 하욱의 문집은 현재 전북 진안군 진안읍 군상리 938의9 황안웅씨(39)가 소장, 번역하고 있는데 이 문집 안에는 삼선당과 담악당의 창수(문답시)가운데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담악당의 화답시 부분이 상당수 수록돼 있고 삼선당 작품으로 추측되는 20여편의 작품 외에도 담악당의 시 80여편이 담겨있다. 이 문집을 통해 담악당이 비록 과거에 9번이나 낙방, 입지를 못했으나 그가 강호에 묻혀 시와 더불어 여생을 보내면서 한학을 통해 인격을 수련, 고고한 품성을 바탕으로 한 수준 높은 문장가였음을 엿볼 수 있다.
순한지 82페이지로 엮은 담악당 문집의 시문 곳곳에는 퇴고한 흔적이 많아 원본임을 입증해주고 있는데 삼선당이 결혼 후 고향인 남원에서 쓴 죽(대나무)을 소재로 한 사절칠언한시 등은 단순히 대나무를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니고 당대 최고의 문필가인 두실 심상규가 남원으로 이사와 대를 심고 종죽운을 지었다는 시구를 남편 담악당으로부터 듣고 이선당 부부가 임술년 겨울에 같은 시운으로 문장력을 겨룬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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