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도구" 틀 벗는 「중공만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파리의「퐁피두센터」에서 열리고 있는「중공만화전」(6월 14일까지)은 중국대륙에 만화가 등장하기 시작한 20년대 이후의 작품들을 망라, 만화를 통해 정치·사회상의 변이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롭다.
상해를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중공의 만화출판은 당초『삼국지』『수호지』등을 극화해 목판으로 찍어내던 게 고작이었으나 요즘은 「뒤마」「위고」「발자크」「모파상」등 서구작가들의 작품이 가장 인기 있는 만화테마로 각광을 받고있다.
49년 중공정부수립을 전후해서 출판된 만화는 공산혁명의 선전도구로 이용돼 만화작가들은 모두 농촌이나 공장에 머물며 근로대중의 혁명사상 고취를 위한 그림만을 그렸다.
문화혁명의 격동기에는 4인조의 압력에 따라 반대파에 대한 비판만이 만화의 내용이 될 수 있었고 임표와 공자를 공격하는 작품들이 홍수를 이뤘다.
그러나 중공만화를 억압했던 이 같은 먹구름은 주은래·모택동의 사망과 함께 차츰 걷히기 시작해 이제는 서방세계의 작품이나 국내정치 현실까지도 만화로 소화할 수 있게 됐다.
한 통계에 따르면 49년부터 64년까지 1천 4백여종에 7억 3천여만 부의 만화책이 출판됐으며, 52년에 2천 1백여만부 수준이던 것이 57년엔 1억여부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중공의 만화 붐은 「퐁피두센터」전시장에 가설된 중공만화책가게 모형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두평 넓이의 공간 4방벽에는 어린이 만화에서 성인만화까지 골고루, 빽빽하게 진열돼 있고 열람용 의자가 만화책 벽을 따라 줄지어 놓여있다. 게다가 공간 한쪽에는 어린이 고객을 위한 사탕·과자는 물론 성인고객용 낱개 담배, 엽차 판매대까지 따로 마련돼 있다.
이 전시회는 또 붓으로 그렸던 전통적인 방법에서 펜화로 옮겨가는 중국만화기법의 변천과정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