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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파동」으로 짓눌린 각 부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모든 스케줄 취소>
13일 김준성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은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내부결제만을 처리.
재무위 출석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해야 될 지 여부를 놓고 상당히 고심하는 눈치다.
이번에 참석하면 선례를 남겨 다른 위원회의 출석요구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그 자신이『20년 내의 경제구조 왜곡에서 빚어진 사채파동에 기획원도 일단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하면서 현실문제파악에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하도록 간부들에게 촉구하기도.
이번 파동으로 올해 경제운용계획이 한 쪽 귀퉁이에서부터 자꾸 허물어지는 것 같다며 기획원관리들은 낙담. 더욱이 한 은이 긴급기업자금으로 2천억 원을 풀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올 통화목표치가 얼마만큼 큰 폭으로 벗어날지 예측키 어렵다며 난감한 표정. 2천억 원을 들여 지방도로 건설 등을 촉진시키겠다는 경기회복대책 마련에도 손을 놓고 말았다.

<불똥 옮겨 밤샘 일쑤>
장 여인의 사채파동은 재무부로 불똥을 옮겨 놓았다.
나웅배 장관을 비롯한 재무부의 관계 실무책임자들은 사건이 터진 후 밤11∼12시까지 사무실에 남아 사후 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데 12일 저녁에도 밤11시 넘어 까지 나 장관은 이규성 차관보 등과 집무실에서 대책을 논의했다.
나 장관은 12일 오전 간부회의에서『이번 사건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밝힐 것은 밝히고 정공법으로 풀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재무부도 일단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고 자기반성을 폈다.
나 장관은 13일 국회에서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겠다고 다짐.
재무부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사회병리의 현상이 금융 쪽에서 터진 것』이라면서 재무부에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움직임에 불만스런 표정들.
그러나 어쨌든 사건의 중대성에 비추어 조용히 넘어가기가 어렵게 됐다고 느끼는 분위기다.

<실수요자 선정 겹쳐>
그렇지 않아도 수출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상공부는 장영자 부부 사채사기 사건으로 또 하나의「일감」이 떨어져 무거운 분위기. 부도처리로 공매될 일신제강의 실수요자 선정에 상공부가 직접·간접으로 간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 사건의 와중에 재무부의 의향을 물어 볼 수도 없어 상공부 관련 부서는 답답하다는 표정이다.
수출도 잘 안되고 자동차 투자조정이 3년째 뒷마무리가 안 되어 이 쓴 데다 석유화학·방 산의 합리화 조치도 예정을 빗나가고 있는데 일신의 실수요자 선정문제까지 겹치게 되었다.
상공부는『그룹차원의 기업들이 맡아야 될 것 같다』는 입장이면서도 인수조건에 따라서는 원매 자들의 경합이 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업성을 감안하여 벌써부터 L·S·P·D그룹들이 경합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오해 없도록 해라">
건설부는 13일 이번 사건으로 우리 업체가 진출해 있는 나라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설명하라고 해외주재 건설 관들에게 지시했다.
이번 사건으로 중동 등 각 국이 우리나라 진출업체의 공사수행능력을 의심할 것에 대비해 이같이 지시한 것이다.
건설부 해외협력 파와 해외 1, 2파에는 요즘 한국을 방문중인 외국건설관계자들이 전화 또는 직접 방문해 사건경위를 문의하고 있어 해명에 진땀을 빼고 있다.
그러나 국내건설 관계 부서는 이 사건을 단순한 금융사고로 보고 애써 태연한 표정.
12일에는 공영·라이프·삼익 등의 중역들이 물 어와 사건경위를 설명하고 돌아갔다.
장 여인 사건으로 특히 재무부를 비롯한 각 경제부처의 표정이 보기 드물게 심각해 졌는데도 유독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동자부만은 무풍지대로 남은 듯한 느낌.

<수입 탄 자금 타내>
이선기 동자부장관은 때마침(?) 지역난방 심포지엄을 위해 지난 11일 내한한 덴마크 에너지 성 장관 일행을 맞아 심포지엄에 참석하랴 오찬·만찬을 주재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더구나 동자부는 장 여인 사건이 터지기 전에 올해 여름철 저 탄 자금 1천l백33억 원을 이미 확보해 놓은 데다 장 여인 사건이 터지고서도 석공의 수입 탄 결제자금 l백l억 원의 특별융자를 받아 낸 터여서 오히려 다소 미안한 듯한 표정.

<안정기조 동요 우려>
한국은행 임직원들은 겉으로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으나 당국의 수사진행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은행감독업무를 맡고 있는 은행감독원은 이번 사건이후 연일 밤샘을 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어떤 파장을 가져 올 는 지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애써 지켜 오던 안정기조가 이번 사태로 뿌리부터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
한편 시중은행 등 금융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물러난 임재수 전 조흥은행 장과 공덕종 전 상은 행장의 신상문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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