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구매 하다 걸린 초범 벌금 대신 재범방지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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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들을 증오했다. 칼로 찌르고 싶었다. "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재활센터. 거리에서 성을 팔던 여성이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순간의 악몽을 증언한다. 돈에 의지해 한때 쾌락을 누렸던 남성들은 이 여성뿐 아니라 그의 가족, 여성단체 회원 등의 이야기를 차례로 듣는다. 8시간의 교육이 끝나면 남성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존 스쿨(John school)'로 불리는 성 범죄자 재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이 같은 존 스쿨이 8월 국내에 도입된다. 법무부는 10일 성을 구매하다 처음 적발된 남성에 한해 기소유예하는 대신 재범 방지교육 과정을 이수토록 하는 존 스쿨 제도를 다음달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검찰은 초범으로 재범 위험성이 없는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에 약식기소 해왔다. 법무부 이영주 여성정책 담당관은 "처벌 위주에서 성 구매자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정책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검찰은 성 구매 남성이 초범인 경우 보호관찰소가 실시하는 성 구매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권유한다. 남성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생계에 지장이 적은 날을 골라 하루 8시간 동안 집중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에는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단체나 한국에이즈퇴치연맹 등 민간단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여성이나 여성의 가족도 강의를 맡는다.

그러나 남성이 존 스쿨을 거부하거나 제대로 과정을 이수하지 않으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형사처벌이나 보호관찰 또는 수강명령에 따라 보호관찰소에서 전담 강사의 강의를 들어야 한다.

지난해 9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뒤 보호관찰처분을 받은 성 구매 남성은 3명에 불과하다. 보호관찰 또는 수강명령 등을 받을 경우 성 구매 사실이 배우자 등 가족에게 알려져 가정파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검찰이 보호사건으로 분류해 송치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6개월 동안 성매수 혐의로 단속된 남성은 9100여 명이다. 이 가운데 21~40세가 3분의 2를 차지했으며 초범은 4625명으로 50.6%를 차지했다. 존 스쿨을 도입한 나라는 미국.캐나다 등 10여국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교육비 500달러(약 50만원)를 남성에게 받아 성매매 여성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투자한다.

◆ '존 스쿨'의 유래=존 스쿨이라는 명칭은 성을 구매한 혐의로 체포된 남성의 대부분이 자신을 '존'이라고 밝힌 데서 유래됐다. 동사무소 민원 서류의 견본에 '홍길동'이라고 쓰여 있는 것처럼 미국에서 익명의 남성은 '존 도(John Doe)'로 표기된다. 민사소송에서는 신원 미상의 원고를 존이라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시민단체 세이지(SAGE)가 사법 당국을 설득해 1995년 성매매 재발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존 스쿨로 명명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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