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피플 파워' 재현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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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부정 혐의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글로리아 아로요(사진)필리핀 대통령이 8일 오후 사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피플 파워에 의한 대통령 사임 사태가 재현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아로요는 지난해 5월 대선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관리와 야권 후보와 최소 100만 표의 표차를 내는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음을 보여주는 도청 테이프가 발견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사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8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 사임 요구는) 민주주의 원칙과 헌법 토대를 손상시켜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초래했다"며 "대통령으로서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어렵게 얻은 민주주의를 반드시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재무.통상.교육 등 10명의 장관이 그의 하야를 요구하며 사퇴했다.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도 "더 이상 아로요가 국정을 수행할 수 없다"며 그의 하야를 촉구했다. 그러나 아로요는 사임으로 공석이 된 6개 장관직에 새로운 인사를 임명하는 등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그나시오 분예 대통령 대변인은 "대통령은 친구로서 신뢰해 온 각료들의 행위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대통령직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정부 진영은 시민들에게 가두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8일 마닐라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산발적인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편 아로요 대통령은 최근 성명을 통해 "선관위 관리와 표차에 관해 논의하는 판단 상의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잘못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국민은 1986년과 2001년 대규모 시위를 벌여 마르코스와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을 각각 독재와 부패 등의 이유로 하야시켰다.

최형규 기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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