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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정략적 사탕발림 그만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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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연정(연립정부) 문제로만 한정하면,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의 10일 기자회견에서 새로 나온 내용은 "야당에 총리지명권을 주겠다"는 부분이다. 그전까지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다수당에 주겠다"고 했다. 물론 문 의장의 제안엔 전제가 있다. "(야당이) 지역구도를 해소할 선거제도에 합의할 경우"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02년 10월 "집권하면 17대 총선 다수당에 총리지명권을 주겠다"고 했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서청원 전 의원은 2003년 5월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들며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1당이 돼 국무총리와 내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자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이해찬 의원을 총리로 임명했다. '지명권'을 여당에 준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다수당에서 총리가 나왔다.

문 의장의 제안에 대해 당 관계자는 "지역구도 해소는 선거구제 개편으로 해야 하고, 이런 '게임의 룰' 변경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총리 지명권의 이양으로 야당의 협조를 유도하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결국 야당에 총리 지명권을 주자는 것은 '지역구도 해소'와 노 대통령이 얘기해 왔던 '여소야대 정국' 타개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열린우리당 박병석 기획위원장은 별도 브리핑에서 "예를 들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총리를 맡고, 각료 몇 명을 (야당에서) 임명하는 것이 대연정 아니냐"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방안이 얼마나 현실적이냐다. 여당에서조차 반발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당초 여권 안엔 민노.민주당과 정책 공조를 하는 수준의 소연정론이 우세했다. 문 의장은 회견문 작성 과정에서 상임중앙위원 등 당 중진과 협의를 거쳤다고 한다. 그러나 개혁 성향 의원 상당수는 "한나라당과의 연정론으론 기존 지지층을 설득할 수 없다"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핵심 관계자는 "문 의장도 야당이 제안을 덥석 받을 것으로 믿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 같은 제안으로 선거구제 개편 등의 문제에서 주도권을 쥐고, 지역구도 해소라는 공을 야당에 넘기는 효과는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 야권, "헌법 파괴적 발상"=야 3당은 일제히 "헌법 파괴적 발상" "무책임한 언동"이라고 반발했다. 한나라당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지금 국민은 민생경제 살려내라고 아우성인데 대통령과 문 의장은 연정이다, 총리지명권이다 하는 정략적 사탕발림 놀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노당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책임 전가를 노린 미끼정치를 중단하라"며 "문 의장과 열린우리당이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속이 뻔히 보이는 '연정의 굿판'을 집어치우라"며 "야당에 총리지명권을 준다느니, 내각제 수준의 권력 이양을 한다느니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과 집권당의 직분을 망각한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김선하.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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