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한 사채파동 수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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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의 사채파동은 관련기업의 정리, 은행의 문책인사, 증시의 침체 등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켜 가고 있다.
일종의 사채거래 관행까지도 변형시켰던 이번의 사채파동은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하더라도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사채거래에서 상 관습이나 도덕성을 따지는 자체가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긴 하지만, 그것도 경제행위의 일종인 이상, 룰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상식을 넘어선 견질 어음을 받아 내고 또 그것을 할인까지 했다는 것은 아무리 지하경제의 거래라 해도 있을 수가 없는 위약행위에 틀림없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은 사채파동이 몰아온 경제적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사채의 생리가 어떻고, 그 생리의 비 도덕성이 어떻고 하는 것은 경제외적인 국민의식에 관련되는 것이므로 다른 시각에서 논의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
기업이 긴급한 운영자금 등을 사채시장에서 융통해 가는 것은 호·불황 기를 막론하고 흔히 있어 온 일이다.
금융기관이라는, 이른바 제도금융이 사채의 알선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행 금융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면 그는 논리의 비약이다.
거액의 사채가 금융기관 창구를 통해 거래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금융관계자가 예금유치 실적을 올린다거나, 부정한 유혹에 못 이겨 사채중개에 손을 댄다는 것은 당사자의 양식에 달린 것이다.
재정당국이 악성양건예금을 없애겠다고 밝히고 은행문책인사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후수습책의 하나다.
그러나 특히 문책인사의 범위는 금융인의 책무를 벗어난 행위를 한 관계자에 국한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제조업의 자기자본비율이 17%선에 불과한 지금의 여건에 비추어 사채시장이 활동할 무대는 엄연히 존재한다.
제도금융이 만성적인 자금부족현상을 해소시킬 수 없는 한 사채의 발호를 막을 길은 없다.
사건이 일어났다 해서 곧 사채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흥분할 것이 아니라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한 실질금리 보장이 꾸준히 지속되고 건전한 자본시장의 확대로 사채의 생산자금화를 장기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어 나간다면 사채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게 될 것이다.
사직당국의 사건진상공표가 지연됨에 따라 갖가지 루머가 난무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건의 전모를 시원하게 밝히고 근거 없는 소문을 가라앉혀야 한다.
그래야만, 단 한 건의 사채파동으로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흔들리는 듯한 인상도 씻어 버리게 된다.
우선 이 사건의 피해규모가 얼마인지, 장모 여인은 그 많은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그 진상부터 밝혀 내야 사회적 불안이나 경제적 충격도 가라앉을 것이다.
사건의 규명과 수습은 빠를수록 좋다. 정부는 곧 경기대책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사채파동의 피해를 극소화시키면서 경기를 자극할 수 있는 유효한 대응책이 나와 하반기에는 기대한 대로의 경기회복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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