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서 빛난 '피핀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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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불스의 '황제' 마이클 조던이 플레이오프에서 '주연상'격인 최우수선수(MVP)를 독식하던 시절, 만약 '조연상'이 있었다면 조던의 단짝 스코티 피핀(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이 단골 수상자가 됐을 것이다. 주연은 이미 떠났고, 조연은 남아 또 한번 명장면을 만들었다.

무릎 수술을 받고 재기한 피핀은 1일(한국시간) 댈러스에서 벌어진 7전4선승제의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1회전 다섯번째 경기에서 16분간 뛰면서 9득점.5어시스트를 기록, 트레일블레이저스가 댈러스 매버릭스를 1백3-99로 이기는 데 수훈을 세웠다. 트레일블레이저스는 3연패 후 2연승했다. 그러나 NBA 플레이오프에서 3패 후 4연승한 팀은 없다.

2쿼터에 3분간 시험기용된 후 교체돼 벤치 뒤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경기를 지켜보던 피핀은 71-77로 뒤진 3쿼터 종료 17초 전 다시 기용됐다.

그리고 4쿼터 40초 만에 점프슛을 터뜨렸다. 조짐이 좋았다. 매버릭스의 노비츠키가 맹활약, 5분50초쯤엔 81-90까지 멀어졌지만 트레일블레이저스에 마지막 기회가 왔다.

피핀의 어시스트-데일 데이비스의 레이업, 피핀의 3점슛, 피핀의 슬램 덩크, 피핀의 어시스트-라시드 월러스의 3점슛, 피핀의 어시스트-반지 웰스의 3점슛….

94-98까지 좁힌 트레일블레이저스는 종료 1분을 남기고 재처리 랜돌프의 점프슛, 월러스의 3점포로 마침내 99-98로 역전시켰다. 불꽃 같은 12분이 지난 후 피핀은 "고참 노릇을 해낸 것 같다"며 담담히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편 새크라멘토 킹스는 유타 재즈를 홈으로 불러들여 111-91로 승리, 4승1패로 가장 먼저 8강(서부지구 4강)에 진출했다. 크리스 웨버가 26득점했다.

지난 18년간 재즈를 이끈 존 스탁턴-칼 말론 콤비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각자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커졌다. 스탁턴은 은퇴가 유력하고 말론은 우승 가능성이 큰 팀으로의 이적을 검토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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