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는 쾌변을 원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 어디가나 ‘삼순이’ 얘깁니다.
신랄할 정도의 리얼리티를 엽기ㆍ코믹 코드로 풀어내며 시청률 40%를 넘어섰으니, 가히 화제를 끌 만도 합니다.

광고(마케팅)이야기

급기야 최근에는 외신까지 탔으니, AP통신이 지난 1일 ‘한국의 브리짓 존스가 시청률 정상에 오르다’는 기사를 타전한 것입니다.
삼순이는 이제 ‘글로벌 스타’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통신은 기사에서 ‘남성 중심의 한국의 전통적 유교사회가 최근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김삼순은 기존의 신데렐라 캐릭터와는 다르다’ 는 등 드라마 인기요인을 결혼율 저하, 여성의 결혼연령ㆍ취업률ㆍ대학진학률 상승 등의 사회변화와 연결지어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사에서 시선이 팍 꽂힌 부분이 있었으니 ‘김삼순은 변비에 대해서도 대 놓고 말하는 여자. 이것이 한국인들이 김삼순을 좋아하는 이유’라는 것입니다.

‘변비’에 시선이 끌린 이유는 제가 변비환자라서가 아니라(저도 스트레스가 만땅이 되면 변비에 시달리곤 합니다), 이 기사 때문에 삼순이가 발효유(특히 쾌변을 유도하는) CF모델로 섭외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드라마가 끝나면 의도적으로 늘린 7,8㎏의 살을 빼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쾌변 발효유를 열심히 마시는 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를 발효유 업체들이 모를 리 없을 테고, 삼순이를 CF모델로 섭외하려는 경쟁을 벌이고, 몸값이 오를대로 오른 삼순이는 자신의 이미지와 딱 맞는 브랜드를 선택해 광고에 화려하게 등장한다.
대충 이런 시나리오 입니다.

물론 살을 빼는 과정에서 개그콘서트 ‘출산드라’에게 엄청 씹히겠죠. ‘축복’ 받은 몸매를 저버리고 옥주현, 조혜련 등과 함께 ‘배신의 행렬’에 올랐다고...

어차피 상상의 나래를 편 거 계속 펴보겠습니다.

삼순이의 이미지에 딱 맞는 발효유 브랜드는 ‘파스퇴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배신녀’ 옥주현이 날씬한 몸매를 과시하는 요즘 광고가 아니라 초기 광고 컨셉 말입니다.

‘건강!!! 황금색의 대변은 장 건강의 바로미터입니다. 파스퇴르 사과요구르트를 하루에 3병씩 드시면 4~5일만에 황금색의 대변으로 변합니다.’ 라는 카피가 인상적이었던 파스퇴르 요구르트 지면광고, 기억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90년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파스퇴르는 자사의 요구르트를 마시면 황금색 변을 볼 수 있다는 ‘직설적’인 카피를 사용해 당시 업계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실 그 때만 해도 ‘똥’이나 ‘변’이란 단어를 입에 담는 것조차 꺼림직해하던 분위기였으니, 광고에 '변'이란 단어를 노출시킨 파스퇴르는 당시 상당한 모험을 한 셈입니다.

지금은 잘 싸는 것이 잘 먹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며 ‘변’ 과 관련된 각종 용품, 비지니스가 번창하고, 예쁘고 귀여운 ‘똥’ 캐릭터까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말입니다.

요즘은 다른 발효유들도 ‘쾌변’을 강조하는 컨셉의 광고를 따라하고 있으니, 옛날 파스퇴르 광고가 ‘쾌변’ 컨셉의 전도사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요?
(바나나똥이 어쩌구 저쩌구 했던 발효유 광고도 얼마전 눈길을 끌었었지요.)

‘이 요구르트를 마시면 바로 황금색 변을 볼 수 있습니다’라는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카피를 사용한 파스퇴르 요구르트, 딱 삼순이 컨셉에 맞아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나 변비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straight-forward’하고, ‘cool’ 하고, 솔직담백한 삼순이의 이미지와 말입니다.

‘안나오면 쳐들어간다’는 감질나는 티저 광고로 쓸데없이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려 하고, 몸짱스타로 거듭난 옥주현을 화려한 무대위에 등장시키는 요즘 파스퇴르의 ‘폼 나는’ 광고는 왠지 삼순이 컨셉과는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파스퇴르가 한국야쿠르트에 인수되면서 마케팅 전략이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옛날의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광고컨셉을 다시 살리는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주제 넘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위에 좋은 발효유, 간에 좋은 발효유, 혈압을 낮춰주는 발효유 등 각종 기능성 발효유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발효유의 기본은 역시 장기능 개선, 쾌변을 유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몸매 잘 빠지고 잘난 모델들만 광고에 섭외하고, ‘불가리아’ 란 상표를 놓고 업체간 송사까지 벌이는 요즘 발효유 업계의 모습을 보면서 ‘직설적이고 묵직(?)한’ 예전의 파스퇴르 광고가 떠오른 것은 제 상상력의 발랄함 때문일까요?

제 시나리오 대로 삼순이가 발효유 광고모델이 될 지 안 될 지는 두고 볼 일인 것 같습니다.
발효유업체 뿐만 아니라 '변'과 관련된 비데업체들도 삼순이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드라마 배역상 각종 식음료 업체로부터 광고모델 제의를 받을 건은 너무나 뻔하구요.

삼순이가 드라마에서 보여준 엽기코믹 코드는 광고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삼순이 김선아는 현재 방영되고 있는 BBQ 치킨, 하나포스 광고에서도 익살스런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삼순이 김선아가 광고에서 얼마나 대박을 터뜨릴 지도 관심사이지만,
과연 예전의 날씬했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지 여부도 못지 않은 관심거리일 것 같습니다.
이런 옛 모습 말입니다.

기사출처 : 정현목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gojhm/5019760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