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 까지 들여다 본 제주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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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간혹 국사 교과서에 지방 이야기가 등장해도 그게 지방사람들의 삶을 보여 주진 않습니다. 그래서 역사엔 허우대는 보이지만 속살이 사라져버리는 거죠."

제주공고의 역사과목 교사인 이영권(40.사진)씨가 최근 '새로 쓰는 제주사'(휴머니스트刊)를 냈다.

그는 이 책에서 제주의 고려 말 대몽(對蒙)항쟁 유적들에 대해 "당시 국가의식이 없던 제주인들에겐 고려나 몽고 모두 외세였다"는 논리를 편다. 또 곳곳에서 찾은 비문으로 '최영 장군에 의해 진압된 목호(牧胡.몽고의 군마 관리인)의 난의 이면에 있었던, 고려.몽고의 틈바구니에서 신음했던 민초들의 이야기'를 풀어 헤치고 있다.

이씨는 고려대 사학과를 마치고 1995년 고향 제주로 와 교편을 잡았다.

그가 역사를 쉽게 풀이하는 재주(?)를 보이자 한 시민단체가 역사기행 안내를 부탁했고, 봉사도 되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덜컥 안내를 맡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설명하려니 사전 답사가 필요하고 고문헌.자료들을 뒤적여야 했다. 이 과정에서 오류와 과장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과거 제주사가 모두 실제는 보이지 않고 통치사관에 따른 것 뿐인 데다 이마저 억지 결론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답사자료를 만들기 시작했고, 2년여 전 이를 모아 '제주역사기행'을 펴냈다. 올 연초에는 '제주역사 다시보기'를 발간하고, 이번에 그의 '제주사 다시 보기 종합판'을 낸 것이다.

그는 대학시절 학생.노동운동을 했고, 현재 제주대에서 '제주사 재발견'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역사사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역사마저 중앙집권적 시각으로 재단하면 역사 속 사건 뒤의 진실은 묻히고 만다"고 말했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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