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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상가 변형? 상가 번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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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직장인 이민경(34·여·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요즘 주말이면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있는 호반 써밋 플레이스 아파트 내 상가를 자주 찾는다. 미국 유학시절 즐겼던 카라멜 애플(사과에 카라멜을 입혀 토핑을 곁들인 간식)과 수제 초콜릿을 먹기 위해서다. 이씨가 찾는 초콜릿 가게는 전국에 5곳 밖에 없다. 그나마 대부분 백화점 안에 있고 별도 매장은 이 아파트 상가인 아브뉴프랑에만 있다. 이씨는 “상가가 길을 따라 만들어진 스트리트형이어서 유럽에서 산책하듯 쇼핑을 하고 차를 마실 수 있는 데다 독특한 음식점·패션잡화점이 많아 이국적”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안에 들어서는 단지 내 상가가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이전엔 단지 내 입주민의 생활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부속’이었지만 요즘은 여느 쇼핑몰 못지 않은 상권으로 바뀌고 있다. 상가 투자의 걱정거리였던 안정성도 높아졌다. 분양업체가 준공 이후에도 관리를 맡아 상권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파트 상가의 ‘외모’가 달라지고 ‘내실’이 좋아지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반도건설이 지난달 중순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내놓은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4.0 단지 내 상가인 카림 애비뉴 동탄은 분양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계약률이 90%를 넘어섰다. 롯데건설이 서울 중구 순화동에 분양한 덕수궁 롯데캐슬 단지 내 상가인 뜨락도 56개 점포 모집에 1793명이 몰려 평균 32대 1, 최고 22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아파트 상가의 ‘차원’이 높아졌다. 전에는 건물 저층에 상가, 중·고층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형태였다. 눈에 잘 띄지 않아 이렇다 할 상권이 형성되기 어려웠고 말 그대로 단지 내 입주민을 위한 상가에 그쳤다. 요즘은 아파트와 상가가 분리돼 별도로 조성된다. 대개 상가 건물이 단지 정면에 배치돼 눈에 띈다. 상가전문분양업체인 비제이플랜 박병준 대표는 “아파트와 분리하면서 부속이 아닌 별도의 독자적인 상권 형성이 가능해졌고 찾기도 쉬워졌다”고 말했다.

 아파트 상가가 스트리트형으로 지어져 건물이 낮아지고 길어졌다. 저층 상가(지상 2층 이하)가 보도를 따라 일렬로 이어진 모양이다. 우미건설은 충남 천안시 11월 아산탕정지구에 분양하는 불당 우미린 센트럴파크 단지 내 상가를 유럽풍 스트리트형 상가로 조성한다. 단지 앞 대형 공원(4만㎡)을 따라 450m에 2층짜리 상가(1만7177㎡)가 들어선다. 우미건설 개발사업담당 최요한 상무는 “바로 앞 공원과 연계해 쇼핑과 문화가 어우러진 선진국형 상권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이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짓는 아크로타워 스퀘어 단지 내 상가, GS건설이 경기도 광명역세권지구에 짓는 광명역 파크 자이 단지 내 상가도 스트리트형이다.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의 인기 아이템인 테라스를 갖추기도 한다. 아이에스동서가 12월 분양할 예정인 부산 남구 용호동 더블유 단지 내 상가인 더블유 스퀘어가 대표적이다. 대부분 점포에 최대 폭 12m의 테라스가 설치된다. 2층에서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이 상가 분양을 맡은 에스앤비 김승석 대표는 “상가를 가로로 배치하면 접근성이 좋아지고 특색 있는 상권 조성이 수월해진다”며 “서비스 면적인 테라스를 제공하면 실사용 면적이 늘어나고 희소성이 있어 임대를 놓기 훨씬 낫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설계를 하기도 한다. 반도건설이 지난달 세종시에 분양한 세종 반도유보라 단지 내 상가인 카림 애비뉴 세종은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카림 라시드가 디자인했다. 스트리트형 상가 중앙에 시계탑·중앙광장 등을 설치한다. 동탄2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4.0 단지 내 상가는 일본의 대표적인 복합단지인 롯폰기힐즈를 디자인한 모리빌딩과 카림 라시드가 공동으로 설계했다.

 외관이 달라지면서 입점 업종도 달라졌다. 기존 상가에 있던 세탁소·슈퍼·미용실 등 생활밀착형 업종보다 옷가게·패션쥬얼리·유명프랜차이즈음식점 등이 들어선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이태원 경리단길, 분당신도시 정자동 카페거리 등에서 볼 수 있었던 독특한 가게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입점한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이른바 고급 업종이 입점하면 상권 수준이 높아지고 방문객 증가는 물론 이들의 체류시간도 길어져 상권 활성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 손에 돌아갈 물량이 많지 않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전체 상가의 일부만 분양하고 일부는 분양업체가 보유하기 때문이다. 위례 아이파크 애비뉴는 시행사인 네오밸류가 전체 상가물량의 40%를 보유한다. 반도건설은 카림 애비뉴 동탄과 카림 애비뉴 세종 상가를 각각 15% 직접 운영한다. 성남시 판교신도시 판교월드스퀘어 단지 내 상가도 절반이 시행사인 MDM 소유다. 네오밸류는 내년 상반기 광교신도시에 분양하는 아파트(C3블록)와 구리 갈매지구 아파트(S2블록) 내 상가를 각각 20%만 분양할 계획이다. 분양업체는 보유한 상가를 주로 유명 프랜차이즈 업종에 임대한다. 이들 업종은 원하는 점포 규모가 크고 낮은 임대료를 원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가 유치하기 쉽지 않다. 네오밸류 손지호 대표는 “유명 업종을 유치하면 방문객이 늘어나 상권이 북적이게 된다”며 “회사 보유분이 있으면 아무래도 준공 후 책임감 있는 관리와 운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쇼핑몰을 닮은 아파트 상가는 경기 등에 따라 투자성과에 기복이 있다. 콜드웰뱅커케이리얼티 박대범 본부장은 “단지 내 입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밀착형 업종은 임대료를 많이 올릴 수 없어도 수입이 안정적인 반면 패션쥬얼리나 옷가게 등은 경기를 타기 때문에 임대수익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지 내 수요보다 유동인구 유입이 중요하기 때문에 입지가 관건이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이 가깝거나 인근에 공원 등 휴게 시설이 있으면 유리하다. 지역 내 중심상업지역이 가까우면 수요층이 겹쳐 상권 활성이 어려울 수 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같은 상가에서도 위치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클 수 있어 고객의 동선이나 예상 입점 업종 등을 따져본 후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현주 기자

사진 설명

요즘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일렬로 이어진 스트리트형으로 많이 지어진다. 유명 프랜차이즈음식점이나 카페·옷가게 등이 입점해 쇼핑몰 같다. 경기도 판교 호반 써밋 플레이스 상가인 아브뉴프랑, 인천시 송도지구 더샵센트럴파크 2차 상가 조감도, 충남 천안시 불당 우미린 센트럴파크 상가 조감도.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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