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 자본금을 배로 늘린다|제 16차 총회 계기로 본 사업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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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마닐라=이제훈 특파원】 연간 70억∼80억달러의 외자를 꾸어와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ADB (아시아개발은행)는 고마운 존재다.
ADB는 IBRD(세계은행)와 함께 장기저리의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개발도상국가를 지원하는 국제금융기구이고 특히 우리나라는 융자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있기 때문이다.
주택공사에서 지은 서민아파트와 고속도로 그리고 상수도와 도로포장공사의 상당부분을 ADB차관자금으로 해냈다.
작년에 7건 2억3천3백10만달러를 비롯해 지금까지(67∼81년) ADB로부터 융자받은 액수는 ADB의 융자총액 97억7천만달러 가운데 14%에 해당하는 13억7천3백53만달러.
ADB의 융자수혜국가 중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두 번째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도입한 공공차관(81년말 현재 1백43억9천만달러)의 9.6%는 ADB로부터 받은 것이다.
IBRD로부터 34억4천9백만달러,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는 16억2천1백30만달러를 빌어썼다.
국제금융기구 가운데서도 ADB의 융자조건은 가장 유리하다.
IBRD는 연 11.6%의 금리를 f적용하는데 비해 ADB는 11%를 적용하고 있다.
상환기간도 길고(보통 10년) 금리가 저렴하기 때문에 정부는 해마다 2억∼3억담러를 ADB로부더 꾸어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ADB의 연간융자규모가 총16억8천만달러(81년)에 불과한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융자수혜는 적은 편이 아니다.
정부는 금년에도 중소기업육성자금과 상수도 및 도로건설 등을 위해 약 2억6천만달러의 차관을 얻어내기 위한 교섭을 ADB측과 벌이고 있다.
특히 5차5개년 계획기간 중 4백65억달러의 외자가 소요되고 그중 대부분을 되도록이면 공공차관으로 충당해야할 처지이기 때문에 정부는 대ADB협력관계를 계속 확대해 나가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우리 나라뿐 아니라 ADB회원국(역내30·역외14 등 44개국) 중 대부분이 외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융자재원의 조달이 문제다.
그런 면에서는 IBRD도 같은 고민을 안고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금의 증자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이번 마닐라에서 열린 제15차 ADB총회는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다. ADB는 81년말 현재 투권자본금이 72억2천1백만 SDR(약 81억6천만달러), 출자자본금은 71억2천8백만 SDR.
ADB집행부에서는 자본금규모를 1백∼l백25% 대폭 늘리자는 안을 준비했다. 찬성국이 많아 채택될 공산은 크다.
우리나라는 현재 4억9천7백60만달러를 출자, 6.1%의 높은 출자비율을 지키고 있다. 이에 따라 투표권비율도 전체의 5.33%나 되고 12명의 이사중 1명은 우리나라가 할당받도록 되어있다.
출자를 많이 한 대신에 혜택도 많이 보고있는 셈이다.
최대 출자국은 일본(출자비율 13.6%)으로서 이 때문에 ADB총재는 따놓은 당상처럼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이밖에 세계적인 경기침체기를 맞아 아시아 개발은행 회원국간의 협조문제도 논의할 예정이지만 각국마다 속생각이 달라 추상적인 얘기로만 끝나게 될 것이고 다만 기술지원·정보교환 및 특별융자정책의 조정 등 미시적인 분야에서 어느정도 합의의 작품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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