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금리 인상에 빠지는 집값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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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전 세계적인 부동산 거품이 끝나는 신호가 호주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5일 보도했다.

호주는 다른 나라들에 앞서 부동산 붐이 일어났던 곳이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시드니 등 8대 주요 도시의 집값은 ▶2001년 15.5% ▶2002년 18.4% ▶2003년 18.9% 상승했다. 1996년 18만8000호주달러(약 1억4600만원)였던 시드니 교외의 중산층 주택은 2003년 72만 호주달러(약 5억6200만원)로 네 배 가까이 뛰었을 정도다. 집값이 오른 것은 호주 중앙은행이 2001년에만 여섯 차례에 걸쳐 6.25%이던 기준금리를 4.25%로 인하한 데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풍광이 좋은 시드니 등에 집을 가지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3년 이안 맥팔레인 호주 중앙은행 총재가 "집값에 거품이 있고 일반 가계는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호주 중앙은행은 일반 은행을 상대로 주택담보대출의 건전성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해 말에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렸다. 올해 3월에도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됐다. 투자회사 AMP캐피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셰인 올리버는 "금리 인상이 (집값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호주의 8대 도시 집값은 2.7% 오르는 데 그쳤고 올 1분기에는 지난 연말보다 0.2% 오르는 등 상승폭이 둔화됐다. 주요 대도시는 이미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의 1분기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3.4% 하락했고 두 번째 도시인 멜버른도 1.7% 떨어졌다.

NYT에 따르면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호주의 주택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25% 정도 과대 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NYT는 호주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멈춘 것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첫 번째 징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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